암 투병 아내에 "너 언제 나아?" 묻더니 결국 '이혼 통보'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암 진단 이후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받은 유튜버의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독자 약 5400명을 보유한 유튜버 A씨가 지난 4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암 걸린 아내는 쓸모가 없다'는 제목의 영상을 갈무리한 사진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A씨는 "전 남편은 표현이 서툴고 말수가 적었지만, 의리는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제 생각과 같지 않더라"고 운을 뗐다.
A씨가 암 진단을 받은 지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 A씨의 남편은 A씨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당시 A씨는 항암치료로 인해 머리카락과 눈썹이 모두 빠져있었고, 종양 크기가 줄어들지 않아 겁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A씨는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였지만, 지나고 보니 남편은 내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 진단받고 첫 정밀검사 때는 병원에 같이 가주기도 했고, 환우들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찾아봐 주기도 해 고마웠다"며 "근데 그 이후로는 늘 바빴다. 본인 일에 집중하는 사람인 걸 알았고 변경할 수 없는 업무 스케줄이 있어서 보호자로 동행해 주지 못하는 게 서운하진 않았다. 다만 마음은 써주길 바랐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나 보다"라고 부연했다.
치료가 시작되고 병원 가는 게 일상이 될수록 남편에게는 아내의 투병이 별거 아닌 일이 됐고, A씨에게 궁금한 것도 사라져갔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남편이 "넌 언제 나아?"라며 여러 번 궁금해하자, A씨는 "왜? 다 나으면 같이 하고 싶은 거 있어? 치료 끝나면 어디 여행갈까?"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남편의 질문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A씨는 "남편이 궁금한 건 치료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보다 제가 언제 낫는지였다. 적어도 제가 다 낫고 이혼해야 본인이 느낄 죄책감이 적어질 테고, 주변으로부터 비난받을 일도 없을 테니 타이밍을 잡기 위해 물어본 거였다"며 "남편이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어느 날 방송에서 몸이 아픈 아내를 위해 시골에 내려가 치료에 전념한 부부의 사연을 접한 A씨는 남편에게 "우리도 그냥 경치 좋은 데 가서 유유자적 살까?"라고 물었지만, "그럼 내 인생은?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내가 그걸 다 포기할 수는 없는 거 아냐?"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하루는 A씨가 "왜 이혼을 원하는 거냐"고 묻자, 남편은 "난 네가 낫길 바라지만 언제 나을지도 모르고, 낫는다고 해도 언제 또 재발할지 몰라서 불안할 것 같다. 네가 없는 내 삶도 쉽지 않겠지만 너랑 함께하는 삶은 더 희망이 안 보인다. 그리고 만약 내가 암에 걸렸으면 난 너한테 먼저 이혼하자고 해줬을 것"이라고 답했다.
남편은 또 한 설문조사를 찾아오더니 "여자는 암 걸리면 이혼할 확률이 3~4배나 높아진다더라. 근데 사실 난 네가 아파서 이혼하는 게 아니다. 난 원래부터 너랑 이혼하고 싶었다"고 A씨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고 했다.
A씨는 "너무 솔직한 남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 불면증과 우울감이 심해졌고 '치료받아서 뭐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며 "그렇게 바닥을 칠 때쯤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너무 매달리면 남자들이 싫어한다. 일단 헤어지고 보고 싶으면 친구로 지내도록 해라. 우선 네 몸부터 챙겨라'라고 하시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들었다. 남편만 이혼을 원하는 게 아니라 시댁 어른들도 당신들의 아들을 놓아주길 바란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전 더 버티지 못했고 치료 과정 중 이혼을 진행하게 됐고 다시 혼자가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끝으로 "더는 그 사람과의 기억을 미화시키면서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제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가장 큰 암을 잘라냈다. 이제 작은 거 하나 남았다" "나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내가 배신당했을 때 나를 지켜낼 수 있었던 문구다. 힘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주변에 더 좋은 사람들이 채워질 거다" 등 응원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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