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만드는데 맛없으면 반칙…미국 바비큐 4대장이 여기 있다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8. 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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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카세] (글 : 김한송 셰프)

한국에서도 캠핑 가면 맛있는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일상인 것처럼, 날씨 좋은 주말이면 미국 사람들은 언제나 고기를 굽는다. 집 앞마당에서, 공원의 바비큐장에서, 풋볼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움 주차장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어디에서나 지글거리는 고기 향은 가득하다.

한국 사람들은 숯불이나 가스불을 직화 방식으로 활용해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을 선호한다면, 미국에는 다양한 바비큐 방법이 있다. 고기를 굽는 행위를 바비큐로 간주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바비큐는 장시간, 최대 20시간 정도까지 간접적인 열을 가하거나 뜨거운 연기를 쐬게 해 고기를 익히는 요리다. 오랫동안 천천히 고기를 익히면 육즙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데다 향신료 맛, 훈연 향까지 전부 합쳐지기 때문이다.


바비큐는 19세기 미국 남부에서 더없이 중요한 음식이었다. 남부 바비큐는 대부분 그 지역에 정착한 이민자들과 그들이 가져온 재료들에 따라 구분된다. 예를 들어 노스캐롤라이나 바비큐는 영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에 의해 그 맛과 모양이 완성되었고, 사우스캐롤라이나 바비큐는 독일인과 프랑스인에 의해 발전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식습관에 따라 돼지고기를 비롯해 쇠고기, 닭고기, 그리고 칠면조까지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바비큐로 조리했다. 무엇보다도 바비큐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조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 행사나 정치 집회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 됐다.

바비큐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간 계기는 노예 해방이었다. 남부 지역에 거주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산업화 물결을 따라 서부와 북동부로 이주했다. 이 이주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바비큐 레시피를 가져왔고, 남부 음식이었던 바비큐는 곧 미국 전역에서 먹는 음식으로 변모했다.
 

"미국의 바비큐 4대장"

캐롤라이나 – 텍사스 – 멤피스 – 캔자스시티

미국에는 저마다의 바비큐 스타일이 존재하지만, 크게 보면 '바비큐 벨트(barbecue belt)'로 알려진 지역이 네 곳 있다. 캐롤라이나, 텍사스, 테네시(멤피스), 미주리(캔자스시티)인데, 각기 다른 독특한 맛의 바비큐 전통을 자랑한다.

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 멤피스는 돼지고기 바비큐를 즐겨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와 텍사스주에서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기로 바비큐를 만든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비킹 등을 배출한 미국 대중음악의 고향인 멤피스에서는 돼지갈비 바비큐와 바비큐 샌드위치가 유명하다. 돼지갈비 바비큐는 소스를 발라 굽는 웨트(wet)와 가루 양념을 발라 굽는 드라이(dry)로 나뉜다. 멤피스 바비큐 샌드위치는 돼지고기 어깨살에 파프리카, 마늘, 양파 가루를 섞은 시즈닝을 바른 뒤 낮은 온도에서 12시간 정도 익혀 잘게 찢은 풀드포크(pulled pork)를 빵에 싸 먹는 간단한 음식이다. 멤피스 지역의 바비큐 소스는 설탕과 케첩, 식초가 듬뿍 들어 있어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멤피스 지역에서는 과거부터 사탕수수 재배가 많이 이뤄져 설탕이 흔했고, 이를 케첩과 섞어 맛있는 바비큐 소스를 만들게 된 것이다.


캔자스시티 바비큐는 남북전쟁 이후 남부에서 건너온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의해 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남부의 각 지역에서 캔자스시티로 온 사람들은 다양한 고기를 바비큐로 조리해 소스를 곁들여 먹었는데, 이 가운데서도 1900년대 초 멤피스 출신인 헨리 페리(Henry Perry)가 캔자스시티에서 문을 연 바비큐 가게의 매콤한 바비큐 소스는 캔자스시티를 넘어 미주리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헨리 페리는 '캔자스시티 바비큐의 아버지'로 여겨지며 그의 레스토랑은 1920년대와 1930년대 캔자스시티 재즈 음악이 전성기를 구가할 때 주요 문화 거점이 되어 많은 관광객이 몰리기도 했다. 캔자스시티 바비큐는 커민과 겔러리, 소금 등 여러 종류의 향신료를 섞은 드라이 시즈닝을 고기에 바른 뒤 오크와 히커리 나무로 천천히 훈제를 한다. 이곳의 바비큐 소스에는 토마토와 설탕, 칠리파우더, 식초가 들어가 달콤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맛을 낸다.

캐롤라이나 바비큐는 돼지고기를 구워 식초 베이스의 소스를 발라주는데,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균형 있게 잡아준다. 대서양 연안 지역에서는 식초와 후추로 소스를 만드는 동부 스타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캐롤라이나의 바비큐 소스는 그 영향을 받았지만, 이후 이민자들의 입맛에 맞게 북쪽과 남쪽의 소스 맛이 명확하게 갈리게 되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홀호그(whole hog–호그 82kg 이상의 거세한 돼지)라 불리는 커다란 돼지의 모든 부위를 바비큐한 뒤 잘게 다지거나 뭉쳐서 먹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 이민자들이 거주했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식초와 토마토, 설탕을 섞어 만든 새콤한 바비큐 소스를 뿌려 먹는 반면, 프랑스와 독일 이민 인구가 많았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머스터드 베이스의 바비큐 소스가 특징이다. 노란 머스터드에 식초, 흑설탕 등을 섞어 '캐롤라이나 골든 소스'라 불리는 노란색 바비큐 소스를 만들며, 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노란색을 상징하기도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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