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익성 검증받는 빅테크… 2분기 구글·MS 울고 메타 웃었다
"기술 전환기에는 과소 투자하는 리스크가 과잉 투자하는 리스크보다 극적으로 더 크다. 인공지능(AI) 투자가 과도하다 해도 그 인프라는 우리에게 매우 유용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며,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시장 선두를 차지한다는 측면에서 투자하지 않는 게 명백히 더 큰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도 AI 투자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최적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델을 배포하는 등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최고경영자(CEO)가 7월 23일(이하 현지 시간) 구글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언제쯤 AI 자본적 지출(CapEx)에 상응하는 수익이 발생할지"를 묻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에게 즉답을 피하며 한 말이다.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는 분기당 120억 달러(약 16조3600억 원)에 달하는 구글의 AI 투자와 그 수익 실현 시기에 대한 우려 섞인 질문들이 쏟아졌는데, 피차이 CEO가 이처럼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자 이튿날 알파벳 주가가 5%가량 하락했다. 시장 전망치를 웃돈 2분기 깜짝 실적조차 무색해졌다. 'AI 거품론'에 휩싸인 빅테크가 2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수익성에 대한 송곳 검증을 받는 모습이다.
MS, 어닝서프라이즈에도 주가 7%↓
구글 다음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 번 더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MS는 190억 달러(약 26조 원)에 이르는 투자에도 7월 30일 부진한 2분기 AI 사업 성적표를 써냈다. 전체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었으나 '애저(Azure)'를 포함한 인텔리전스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약 285억2000만 달러(약 38조9000억 원)로 전망치(286억8000만 달러)를 밑돈 것이다. 애저 클라우드 매출을 따로 떼어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한 수치로, 전망치인 31%에 못 미쳤다. 이날 MS 주가는 시간외거래로 7% 급락했다.
MS 경영진은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구글과 마찬가지로 AI 수익성에 집중된 질문을 소화했다. 다만 MS 경영진은 AI 투자와 관련해 확신에 찬 모습으로 시장 우려를 해소하고자 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올해 애저 AI 덕분에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상승이 가속화됐다"며 "기본적으로 자본적 지출은 애저 AI 성장을 비롯한 수요 신호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에이미 후드 MS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애저 클라우드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는 여전히 생산 능력보다 많다"며 "현 시점 AI 투자는 향후 15년간 장기 수익을 창출할 밑바탕"이라고 덧붙였다.
7월 31일 2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 메타플랫폼스(메타)는 AI 투자에 따른 성과 일부를 실적에 반영하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메타는 앞선 1분기 실적 발표 때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2분기 실적 가이던스와 "AI 수익 발생에 몇 년이 걸린다"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발언으로 호실적에도 주가가 내려앉은 바 있다. 그러나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한 390억7000만 달러(약 53조3000억 원)로 전망치(383억1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특히 AI를 적용한 광고 사업이 매출을 주도했다. 메타는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에 AI를 도입해 타깃 정확도를 높이고, 온라인 광고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실적 발표 후 "AI 연구 및 제품 개발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로 2025년 상당한 자본 지출 증가가 예상된다"는 메타 측 입장에도 주가는 날아올랐다. 이날 메타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7% 상승했다.
공은 엔비디아 2분기 실적 발표로
반도체업계도 AI를 둘러싼 비관론에서 어느 정도 비켜난 모습이다. AI 칩을 구매한 기술 기업들이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 칩 수요는 증가해 반도체 기업들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서다. AMD는 2분기 AI 칩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28억 달러(약 3조8000억 원)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인 27억5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호실적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DS)부문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한 6조4500억 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DS부문 매출은 28조5600억 원으로 2년 만에 처음으로 TSMC 매출(2분기 28조1000억 원)을 제쳤다.
전문가들은 "모든 기술주 중심에 있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증시 분수령"이라고 전망한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최근 뉴욕증시에서는 '숨은 단점 찾기' 게임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지난해 이후 AI 열풍을 타고 빅테크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애초에 AI가 슈퍼마켓에서 무언가를 사 먹듯 즉각적인 효용을 보여줄 수 있는 분야가 아님에도 이런 검증 시간을 거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부사장은 "기술주 주가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면서 "다만 현재 AI 칩 시장점유율상 AMD가 40억 달러를 벌면 엔비디아가 1000억 달러를 버는 구조라서 8월 엔비디아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전체 기술주가 지금까지 하락분을 만회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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