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본질 쫓는 '연극+전시' 융합 공연 '없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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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칸트는 시간을 '현상 세계에 대한 감성적 인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선험적 형식'이라고 정의했다.
심오한 수준의 고찰까지는 아니지만 공연예술계에선 시간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공연 제목 '없는 시간'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각자가 조립한 완성된 시간을 통해 공연의 주제와 의미를 곱씹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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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부활 통해 탐구하는 '시간의 상대성'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철학자 칸트는 시간을 '현상 세계에 대한 감성적 인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선험적 형식'이라고 정의했다. 객관의 세계에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 인간이 주관적 의식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시간의 상대성'이라는 개념이 여기에서 기인한다.
지난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배우 김신록과 시각예술가 손현선의 '없는 시간'은 실존하지 않는 시간의 상대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김신록이 연출과 주인공을 맡았다.
심오한 수준의 고찰까지는 아니지만 공연예술계에선 시간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항상 도발적인 실험 무대로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 김신록과 손현선은 그동안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방식으로 시간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연극이라는 허구의 시간과 전시라는 실재의 시간을 한 무대에서 선보이며 시간의 정체를 쫓는 새로운 시도다.
안내된 공연 시작 시각은 오후 7시 30분이었지만, 실제 공연이 시작된 시각은 오후 7시였다. 30분 전에 입장한 관객들은 무대와 무대 밖에 전시된 손현선의 작품을 직접 만져보고 각 작품에 부여된 텍스트를 읽었다. 잠시 후 무대 위에서 벌어질 공연을 관객이 미리 경험하도록 '무(無)의 시간'에서 '유(有)의 시간'을 창조해낸 것이다.
이윽고 김신록이 무대 중앙으로 나와 천장을 바라보며 누우면서 본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연극의 내용은 간단하다. 개교기념일에 학교에 놀러 간 소녀가 산사태로 흙더미에 깔려 숨진 지 30년 만에 부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부활한 소녀 '더미'를 둘러싼 갖가지 사건들이 불규칙하게 전개되고, 그런 와중에도 손현선의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무대와 객석을 가리지 않고 공연장 곳곳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전시가 동시다발로 벌어진다.
공연 제목 '없는 시간'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김신록은 선형적인 시간과 공간의 틀 안에서 탈락해버린 시간을 탐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우리의 삶만 흘러가고 있을 뿐'이라는 김철진 시인의 시구를 떠올려도 무방하다.
다만 공연장이라는 거대한 블렌더 속에서 산산조각 난 시간을 꿰맞추는 것은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각자가 조립한 완성된 시간을 통해 공연의 주제와 의미를 곱씹으면 충분하다.
연극과 전시가 혼재된 실험적인 공연은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세 차례 더 상연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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