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가 담긴 색채…CUD를 아시나요[생활속산업이야기]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에 색에 적용
모두를 위해 정교하게 보완된 색채계획
“아 그랬구나!” 일상 곳곳에서 우리 삶을 지탱해 주지만 무심코 지나쳐 잘 모르는 존재가 있습니다. 침구, 종이, 페인트, 유리, 농기계(농업) 등등 얼핏 나와 무관해 보이지만 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곁에 스며 있지만 숨겨진 ‘생활 속 산업 이야기’(생산이)를 전합니다. 각 섹터별 전문가가 매주 토요일 ‘생산이’를 들려줍니다. <편집자주>
[KCC 컬러디자인센터 디자인 2팀 정성윤 팀장] “넌 모르잖아, 알록달록한 세상” 화제가 됐던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문동은이 과거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 전재준에게 했던 말이다. 드라마에서 색약자인 전재준과 그의 친딸 하예솔은 신호등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등 일상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처럼 당연하게 느껴지는 알록달록함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색약은 비단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전세계 약 3억명 이상이 색약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력이 저하되는 고령자는 훨씬 더 많다. 2017년 통계청 국민건강영양조사(2013~15)의 안질환검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남자 5.9%, 여자가 0.5%가 색약자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많은 인구가 색을 구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금도 색약과 고령자의 시력저하에 대한 고려 없는 일반적인 색채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손해를 보고, 교통정체가 발생하고, 일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컬러유니버설디자인(Color Universal Design, 이하 CUD)이다.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이나 사용 환경을 만들자는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의 개념은 색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그 맥락을 같이한다. 사람에 따라 같은 색을 보아도 눈의 상태나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인지할 수 있는데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나 색약자는 특히 그렇다. CUD는 다양한 색각을 가진 사람들도 색상을 통한 정보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에서 시작됐다. 모든 이를 위해 정교하게 보완된 색채계획이 바로 CUD라고 할 수 있다.
2020년부터 CUD를 연구하며 색약자가 구별하기 힘든 배색과 잘 보이는 배색이 어떤 것인지를 정리했다. 시각 시뮬레이터 어플리케이션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와 함께, 실제 색약자분들께 어떻게 보이는지 직접 설문을 진행하며 ‘KCC CUD 안전 배색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그 과정을 2편의 소논문으로 개제해 2021년에 한국색채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특허 등록을 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이론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생활 곳곳에 CUD를 적용하면서 CUD의 핵심가치가 바로 배려와 안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색약 유무,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배려와, 어떤 상황에서도 출구와 소화기 위치 등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모두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디자인이 바로 CUD인 것이다.
실제로 KCC는 CUD를 활용해 유명 아파트 단지 또는 구축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도장함으로써 밝은 분위기 연출과 함께 안전성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중 이용시설인 영화관에도 CUD를 적용해 출구 벽면을 디자인했으며, 복잡한 지하철 환승 역사에도 적용해 안전하고 편리한 이용을 도울 예정이다.
앞으로도 CUD는 생활 곳곳에 활용되며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KCC가 긍정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는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CUD가 널리 알려져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기원하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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