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야구하면 죽는다"…수은주 50도 돌파, 롯데의 인조잔디 제2구장 딜레마
[OSEN=울산, 조형래 기자] “여기서 야구하면 죽는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프로야구 정규시즌 맞대결이 열릴 예정이던 2일 울산 문수구장. 양 팀 감독들은 취재진을 보자마자 차례대로 이날 날씨와 구장 환경에 대해 역설했다. 이날 울산 지역의 날씨는 섭씨 35도에 육박했다. 여기에 햇빛을 고스란히 받은 인조잔디의 문수구장은 더 뜨거웠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안그래도 더운데 인조잔디 지열이 엄청나다. 잔디가 너무 뜨거워 손도 대기도 힘들다”라면서 “작년에 해설위원으로 있을 때도 포항, 울산 경기는 한 여름에 치르면 안된다고 했다. 제2구장 홈경기는 환영하지만 날씨를 잘 고려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날 선수들은 엄청난 지열에 그라운드로 쉽사리 나오지 못했다. 롯데와 LG 선수들은 1루측 실내 연습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결국 오후 4시 30분 즈음, 허삼영 경기 운영위원 등은 그라운드 상태를 체크한 뒤 폭염 취소 결정을 내렸다. KBO리그 4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허삼영 경기 운영 위원도, KBO도 신중히 고려한 끝에 모두의 안위를 위해 사상 첫 폭염 취소 결정을 내렸다.
폭염 취소 결정이 내려진 이후 “여기서 야구하면 정말 죽는다”라면서 “오후 6시 30분 경기지만 지열이 빠지는데 몇시간 넘게 걸린다”라면서 이날 취소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사실 롯데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올해 딱 6경기만 있는 울산 제2구장 경기. 이미 지난 7월 16~18일 두산과의 3연정 경기가 치러졌고 이날 2일부터 4일까지 LG와의 3연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울산광역시 당국의 요청으로 잡힌 이번 시리즈에 롯데도 시즌 두 번째 ‘드림 오브 그라운드 시리즈’를 개최하기로 했다.
구단은 올 시즌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연계하여 부산과 울산에서 총 2000여 명의 어린이를 사직야구장에 초청하여 지역 유소년들을 응원했는데, ‘드림 오브 시리즈’ 경기 중 부산 및 울산 지역 유소년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여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한다.
지난 6월 시행된 드림 오브 그라운드 공모전 응원가 수상작을 홈경기 기간에 공개할 예정이다. 2023년부터 진행된 ‘드림 오브 그라운드’ 시리즈 응원가 공모전은 부산시 및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함께 개최하였으며, 24시즌 응원가 ‘우리들의 빛나는 이 순간’은 23시즌 수상작이다.
또한 특별한 시구자도 초청하였다. 먼저, 2일은 울산과 부산 출신의 트리플에스 나경, 다현이 각각 시구와 시타를 맡는다. 3일은 롯데 팬으로 알려진 IBK기업은행 소속의 배구 선수 김희진이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다. 시리즈 마지막 날에는 5인조 보이밴드 2Z의 멤버 호진과 지섭아 시구 및 시타를 진행하며, 밴드 2Z의 특별한 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엘롯라시코’의 주말 3연전인 만큼 매진도 확정적이었던 상황. 이미 관중 입장도 진행됐다. 하지만 선수는 물론, 구장 진행 요원들까지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날씨에 폭염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날 지열을 체크한 온도계의 수은주는 50도를 돌파해 55도를 기록했다. 여러모로 모두의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미 문수구장이 인조잔디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던 상황. 왜 한 여름, 폭염시즌에 제2구장 경기를 배치한 것일까. 롯데와 울산시 당국의 협의 끝에 이날 경기들이 배치됐다. 당초 인조잔디인 것을 감안해 울산 경기는 폭염 시즌이 아닌 4~6월, 그리고 9월 즈음에 배치되고는 했다. 지난해는 6월 30일~7월 2일(두산), 9월 5일~7일(삼성)에 6경기가 진행됐다. 2022년에도 9월6일~7일에 KIA와 2경기가 치러졌다.
롯데도 모든 인프라를 사직에서 옮겨와야 하기에 제2구장 경기가 사실상 원정경기에 가깝지만 제2구장 협약을 맺은 울산시와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울산 경기 일정은 대부분 울산시의 요청에 구단의 협의 끝에 마련되곤 했다. 올해는 ABS(자동볼판정시스템) 설치 문제 때문에 울산 경기 일정이 뒤늦게 결정될 수밖에 없었다고 롯데는 말했다.
여기에 더해 그룹의 사정도 고려해야 했다. 울산은 롯데 그룹 창업주인 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고향이기도 하기 때문. 롯데로서는 울산 제2구장 경기에 대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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