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로드] “저화질 디지털 카메라 찾아요”… MZ, 세기말 감성에 스며들다
걸그룹 뉴진스 ‘디토’ 뮤비 이후 관심 늘어
8년 전 아이폰 등 중고 전자기기 구매도
“자신을 차별화 시키고 정체성 얻는 현상”

스마트폰이 구현할 수 없는, 200만~300만 화소에 불과한 낡고 오래된 카메라 속 아득한 감성. MZ세대들이 필름 카메라보단 비교적 작동이 편리하고 장벽이 낮은 ‘빈티지 디지털 카메라’(빈티지 디카)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몇 년 전부터 MZ세대에 불었던 레트로(복고) 열풍이 Y2K(2000년대 초반) ‘필수 아이템’이던 빈티지 디카까지 번진 데에는 걸그룹 ‘뉴진스’도 한몫했다. 뉴진스가 지난해 12월 발매한 곡 ‘Ditto’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흐릿하고 아련한 분위기로 촬영된 캠코더 영상과 옛 감성을 자극하는 순수하고 맑은 멤버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는 MZ세대들의 호기심이자, 이들이 레트로 감성을 좇는 포인트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용 최신 핸드폰 1대와 연식이 오래된 핸드폰 1대, 총 2대의 핸드폰을 지닌 채 외출하기도 한다. 이유진(27)씨는 8년 전 발매된 아이폰SE1를 번개장터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이씨는 “무조건 밝고 선명하게 보정돼 나오는 스마트폰과 다르게 구식 아이폰은 피사체 본연의 색감을 찍어내는 매력이 있다”며 “비록 화질이 좋지 않더라도 인물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다는 장점에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 제2 전성기 맞은 세운상가…“젊은 세대들만의 새로운 문화 생성”
지난달 27일 중고 전자 제품 등을 판매하는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를 찾았다.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디카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는 MZ세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세운상가의 중고 카메라 매장들이 디지털 카메라의 유행에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세운상가 입구에서 음향·영상 기기를 취급하는 매장을 운영하는 김한기(54) 씨는 “1~2년 전부터 10~30대까지 주로 젊은층들이 빈티지 디카를 찾는다”며 “SNS를 통해 서로의 카메라를 자랑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직접 셔터를 누르며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듯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매장을 둘러보다 눈에 띈 것은 마치 장난감같이 투박하고 색이 바래진 10만 원대 빈티지 디카였다. 본체와 SD카드, 충전기, 배터리가 포함된 구성이었다. 디카의 가격대는 보통 8만 원에서 최대 20만 원까지 책정된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매장 내에서도 자유롭게 촬영이 가능하다 보니 카메라 상태를 점검할 수 있었고, 희뿌연 세기말 감성을 느껴볼 수도 있었다. 김씨는 “20년 전에 만들어진 중고 카메라를 지금 젊은 세대들이 소비하는 것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신기하다”고 전했다.

40년간 카메라를 판매한 이규태(65)씨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젊은 외국인 여성들도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뉴진스가 사용한 제품을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한 후 찾으러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같은 유행이 퍼지면서 빈티지 디카의 시세도 전반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생산이 되지 않는 카메라를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가격이 조금씩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운상가에서 빈티지 카메라 매장을 운영하는 남승민씨도 “요즘 케이팝 아이돌들이 인스타그램에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도 했고, 미국이나 동남아에서도 열기가 굉장히 뜨겁다”고 말했다. 남씨는 “스마트폰이 획일화된 후 디카나 필름카메라, MP3가 단종되지 않았나. 젊은 층들이 디카를 찾는 문화는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평범한 사진은 싫어요”…‘디카’ 매력에 푹 빠진 이유
세운상가에서 저화질 캠코더를 찾아 헤매던 안수빈(18)씨와 박겸(19)씨는 평소 사진이나 영상 촬영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박씨는 디지털 카메라를 찾아 나선 이유에 대해 “디카로 주변 풍경을 촬영하면 분위기 있는 사진이 찍히기도 하고, 특히 여행 갔을 때 친구들을 찍어줬는데 무척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안씨도 “어머니께서 어렸을 적 모습을 카메라에 많이 담아주셨는데 그때 찍은 카메라가 지금 빈티지 디카 아닌가. 또 옛날 영상을 찾아보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귀찮음을 싫어하면서도 귀찮음을 추구하는 것 같다. 화질이 적나라하고 간편한 핸드폰으로 ‘탁’ 촬영하면 금방이지만, 디카로 사진을 기록하는 감성이 색다르다”고 정의했다.
카메라를 목에 건 채 또 다른 디지털 카메라를 물색하던 정민준(25)씨는 “요즘 카메라들이 화질이 좋고 잘 나오는 건 똑같아서 차별성이 없기에 개성있는 디카만의 감성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김채영(22)씨도 “부모님이 사용하시던 디카가 아직 집에 남아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도 따뜻함이 전해지는 디카를 사용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MZ세대들이 구형 디지털 카메라를 선호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는 경험 가치를 통해 자신을 차별화시키고 정체성을 얻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휴대폰 카메라는 정해져 있는 조건 속에서 필터 하나를 선택해 촬영하는 등 창의적인 노력과 개연성을 발휘하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휴대폰 카메라에서 얻을 수 없는 결과물들이 나오는 것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30세대들은 과거의 것을 소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카메라가 주는 매력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얻는 소산물들에 대해 색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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