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이은 숭례문까지…잇따른 흉기 살인에 ‘흉흉’[사사건건]

황병서 2024. 8. 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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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한 아파트 정문에서 ‘일본도’ 휘둘러 주민 숨지게 한 일 발생
‘죄송한 마음 없다’ 백씨…法, “증거인멸·도주우려” 구속 영장 발부
사흘 만에 숭례문 지하차도서 60대 여성 피살되는 사건 벌어져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한밤중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아파트 정문에서 한 주민이 일본도로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살인 혐의를 받는 피의자와 희생자는 원한 관계를 지닌 사이도 아니어서 큰 충격을 줬습니다. 회사원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희생자는 담배를 피우러 나간 사이에 참변을 당했습니다. 피의자는 결국 경찰에 긴급 체포됐고,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우려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담배 피우러 나온 두 아이의 가장, 이웃이 휘두른 흉기에 참변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백모(37)씨가 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번 사건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정문에서 일어났습니다. 피의자 백모(37)씨가 단지 주민인 김모(43)씨에게 날 길이 75㎝의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김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송 중 숨졌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김씨는 전신 다발성 자철창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백씨가 휘두른 일본도에 찔리고 베인 상처로 사망했다는 뜻입니다.

백씨는 김씨가 자신을 미행한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은 친분 관계가 있었던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백씨는 정신질환 관련 진료 이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서울의 한 기업에 재직 중이며 두 아이의 가장이었습니다.

백씨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1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전후로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없다”며 “나라를 팔아먹은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이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며 “(일본도는)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서 가지고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멀쩡한 정신”이라면서 “중국 스파이와 김건희를 처단한다는 마음으로 (일본도를) 구매했다”는 등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법원은 이날 백씨에 대해 구속영장과 함께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했습니다. 다만 백씨를 상대로 한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또 정신병력 조회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정신 병력으로 볼만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경찰은 또 백씨와 관련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청 관계자는 “피의자가 정신질환이 추정되는 상황이지만, 정신질환 유무에 대한 진단 등 객관적으로 확인된 자료가 부족하다”면서 “피해자·피의자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해 가족 등에 대한 2차 가해 가능성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씨가 도검을 장식용으로 소지 허가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한 도검 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은 이달 말까지 소지 허가를 받은 도검 8만 2641정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신 질환이나 성격장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허가를 일정 주기로 갱신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도 추진합니다.

숭례문 지하보도서 60대 여성 피살…70대 남성 긴급체포

2일 오전 5시11분쯤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인근 지하보도에서 “누군가 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사진=뉴스1)


그런가하면 서울 중구의 숭례문 지하보도에서는 60대 여성이 살해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2일 오전 5시 10분께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6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경찰은 ‘누군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B씨는 발견 당시 의식이 있는 상태로 심페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 도착 후 오전 6시 20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피해자는 중구 용역업체 소속된 환경미화원으로, 이른 새벽 청소 업무를 하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주변 건물의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오전 8시 50분께 A씨를 동자동 쪽방촌 인근의 한 골목에서 검거했습니다. A씨는 노숙 생활을 했으나, 지난해 12월께부터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여인숙에서 거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씨는 피해자와 지난해 5월께부터 알고 지내는 지인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이날 피해자와 만나 대화를 하던 중 자신이 무시 받는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A씨는 음주, 마약 간이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피해자의 시신 부검 등도 의뢰할 계획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범행 동기와 경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피의자의 행적 분석 및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 등 폭넓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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