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개인전 '노골드'지만…한국 유도, 파리서 희망을 품었다[파리2024]
[파리=뉴시스]김희준 기자 = 한국 유도가 2024 파리 올림픽 개인전을 또 금메달 없이 마쳤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열린 2020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3연속 개인전 '노골드'다.
3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100㎏ 초과급 경기를 끝으로 유도 개인전이 모두 마무리됐다.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은 1개·동 2개)보다는 나은 성적이지만, 여전히 금메달 염원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를 통해 희망을 품었다. 차세대 주자들의 잠재력을 확인했고, 한국이 약세를 보이던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며 의미를 더했다.
한국 유도가 '효자 종목'의 명성을 잃은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딴 유도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내 효자종목으로 발돋움했다.
한국 유도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는 금메달 없이 마쳤지만, 이후 2004년 아테네 대회와 2008년 베이징 대회,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꼬박꼬박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한국 유도의 금메달 명맥은 2012년 런던 대회 이후로 끊겼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세계랭킹 1위 선수가 4명이나 포진해 있어 호성적이 예상됐지만,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에 그쳤다. 한국 유도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16년 만이었다.
5년 뒤 도쿄 올림픽에서는 더욱 저조한 성적을 냈다.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에서 런던 올림픽 이후 끊긴 금맥을 다시 잇겠다는 각오로 나섰다.
이번에도 결과는 노골드였다.
허미미(경북체육회)가 여자 57㎏급 결승까지 진출하며 기대를 품게 했지만,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 접전 끝에 반칙패를 당해 은메달에 만족했다.
남자 100㎏ 초과급에서는 김민종(양평군청)이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며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프랑스 유도 영웅' 테디 리네르에 한판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외에 남자 81㎏급 이준환(용인대)과 여자 78㎏ 초과급의 김하윤(안산시청)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메달 획득이 불발됐다. 특히 메달을 기대했던 남자 66㎏급의 안바울(남양주시청)은 노메달로 3번째 올림픽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마냥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세대교체 성과를 어느정도 확인했기 때문.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김민종과 허미미는 각각 2000년생, 2002년생이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16강 탈락했던 김민종은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성장세를 자랑했다.
올림픽 5회 연속 메달, 세계선수권 11회 우승을 차지해 남자 100㎏ 초과급의 '전설'로 불리는 리네르의 벽을 넘지 못했을 뿐 결승까지 쾌속 질주하며 세계랭킹 1위의 면모를 과시했다.
32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김민종은 16강전에서 한판승, 8강전에서 절반승을 거뒀고, 4강에서는 '종주국' 일본의 사이토 다쓰루를 시원한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물리쳤다.
결승에서 김민종을 꺾고 개인 통산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리네르는 1989년생으로,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리네르가 은퇴하면 남자 100㎏ 초과급에서 '김민종 시대'가 올 가능성도 있다.
이번이 첫 올림픽이었던 허미미도 결승까지 오르며 4년 뒤를 더 기대케 했다.
허미미가 결승에서 만난 데구치도 여자 57㎏급 최강자로 손꼽히는 선수다. 2019년, 2023년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57㎏급 우승을 차지헀고, 현재 세계랭킹 1위다.
데구치 또한 1995년생으로 다음 올림픽이면 33세다.
동메달을 목에 건 이준환과 김하윤도 각각 2002년생, 2000년생으로 20대 초반이다.
의미있는 기록도 많이 나왔다.
김민종의 은메달은 한국 유도가 올림픽 최중량급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이전까지 남녀를 통틀어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 김민종 이전에 1984년 로스앤젤레스, 1988년 서울 대회의 조용철(현 대한유도회장), 2000년 시드니 대회 김선영이 최중량급에서 동메달을 딴 바 있다.
김하윤의 동메달도 한국 유도가 올림픽 여자 최중량급에서 24년 만에 따낸 역대 두 번째 메달이었다.
허미미, 김하윤의 동메달로 한국 여자 유도는 2016년 리우 대회 여자 48㎏급 정보경 은메달 이후 끊겼던 메달 명맥도 이었다.
파리에서 한국 유도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엿봤다. 김민종도, 허미미도 은메달을 딴 뒤 "4년 뒤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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