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식물 방통위'…시름 깊어진 사무국 직원들
1인체제서 안건 심의·의결 못 해…방송·통신·플랫폼 현안 산적
직원들 "기본 행정 업무만…연초 업무도 진척 안 돼" 한숨
"사무국 직원들만 난처…다른 부처 전출 희망 많아" 지적도
[서울=뉴시스]최은수 심지혜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반복되는 수장 공백사태로 인해 시름을 앓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또 다시 업무가 마비됐다. 반복되는 탄핵-사퇴 악순환에 방송통신 행정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사무국 직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진행된 국회 본회의 결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재적 의원 188명 중 찬성 186표, 반대 1표, 무효표 1표로 가결됐다.
이로써 이 위원장은 헌번재판소의 심판을 거쳐 탄핵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4~6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이에 올해 말까지 방통위의 업무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진숙 위원장이 직무 정지 상태가 되면서 방통위는 김태규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하는 1인 체제가 됐다.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는 위원 2인 이상이므로 직무대행 1인 체제는 심의 의결을 할 수 없는 '식물' 상태다.
방통위는 주요 안건 대부분을 방통위 회의에 상정해 심의 및 의결을 거치고 있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심의·의결 사항은 총 29건이다.
구체적으로 ▲방송 기본계획 및 통신규제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 ▲한국방송공사(KBS)의 이사 추천 및 감사 임명에 관한 사항 ▲전기통신사업자의 금지행위에 대한 조사·제재에 관한 사항 ▲시청자 불만사항 처리 및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에 관한 사항 ▲보편적시청권 보장에 관한 사항 등이 심의 및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외에 안건들은 보고안건에 해당된다.
방통위 내부 관계자는 “이제 의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 기본 행정 업무만 할 수밖에 없다”라며 “과태료 부과 등의 업무는 불가능하고, 보고안건 정도만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스팸 문자 재판매사들 관련 현안으로 진행해오던 것들이 멈췄다”라며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방통위에서 하고 있는 업무들이 상당하다. 연초 세운 업무 계획이 있는데 진척 자체가 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탄핵 소추→자진사퇴 굴레에 휩싸인 방통위가 수개월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해결되지 않는 현안은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ICT(정보통신기술)업계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적극 나서고 있는 해외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가 미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통위는 구글·애플 앱마켓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 과징금 680억원을 부과하는 시정 조치 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최종 결정을 9개월째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통합미디어법 제정,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해외 진출 지원, 단통법(이동통신단말 유통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공정위의 이통 3사 담합조사 대응, 전환지원금 실효성 논란, 불법 스팸문자 증가 대응 등이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방통위 파행이 길어질 수록 이로 인한 피해는 산업계과 이용자들에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방통위가 다시 의결 정족수를 채우더라도 정쟁의 고리가 끊기지 않는 이상 공영방송 지배구조 이슈에 밀려 당분간 방송통신 정책 현안은 뒷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당장 내달 14일 임기가 만료되는 EBS 이사 선임에 돌입했다. 오는 8일까지 국민의견 수렴 접수를 받아 EBS 이사 임명을 위한 심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MBC 재허가 심사계획 마련도 남아있다.
이 관계자는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AI 이용자 보호법 등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진도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관계자는 "엄연히 법적으로 임기를 보호 받아야 할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정치적 이유로 사퇴-재임명이 반복되면서 힘없는 사무국 공무원들만 사법 제재의 대상이 되거나 애꿎게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가는 등 유례 없는 수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예전에는 수도권 행정기관이라 전입을 희망하는 공무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방통위로 오겠다는 공무원들이 없다"고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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