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로 몰락? 새로 밝혀진 '라파 누이' 멸망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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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석상 '모아이'의 섬, 태평양 폴리네시아의 라파 누이(이스터섬)는 환경 파괴로 인해 인류 문명이 붕괴된 사례로 유명하다.
라파 누이 문명의 붕괴를 주장한 이전 연구들은 섬 여기저기의 '암석 정원'을 통해 인구를 계산했다.
연구팀은 논문 말미에서 라파 누이가 스스로 몰락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한된 자연 자원을 가진 고립된 인구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주요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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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석상 '모아이'의 섬, 태평양 폴리네시아의 라파 누이(이스터섬)는 환경 파괴로 인해 인류 문명이 붕괴된 사례로 유명하다. 딜런 데이비스 미국 컬럼비아대 고고학센터 박사후연구원의 국제 공동 연구팀이 기존의 문명 붕괴 가설을 반박하는 연구결과를 6월 2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doi: 10.1126/sciadv.ado1459)
지금까지 고고학계는 약 1000년 전 인류가 라파누이에 상륙한 이후 섬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라파 누이가 황폐화됐다고 믿었다.
전성기엔 1만 7000~2만 5000명까지 인구가 급증하면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섬을 덮고 있던 나무를 베어내고 농작물을 심은 결과, 토양이 침식되는 등 환경이 파괴됐다. 그 결과 라파 누이의 문명이 붕괴해 인구가 3000명 언저리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이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라파 누이의 최고 인구다. 라파 누이 문명의 붕괴를 주장한 이전 연구들은 섬 여기저기의 '암석 정원'을 통해 인구를 계산했다. 암석 정원은 낮고 평평한 땅에 잘게 부순 바위 조각을 여기저기 뿌리는 전통 농사법이다.
바위가 건조한 바람을 막고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주며 부서진 바위에서 식물 성장에 필요한 무기질이 나와 고구마 등의 작물을 키울 수 있다. 2013년 라파 누이의 암석 정원을 분석한 논문은 약 4.3~21.1km2의 면적이 암석 정원으로 뒤덮여있다고 분석하고 섬의 가용인구를 계산했다.
문제는 암석 정원이 겉보기에는 실제 농작지인지 그냥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곳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5년 동안 라파 누이를 직접 돌아다니며 암석 정원을 관찰하고 특성을 알아냈다.
자료를 토대로 토양의 수분과 질소 함유도가 높은 곳을 분석해서 실제 암석 정원을 찾아낼 수 있는 기계 학습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로 위성이 고해상도로 촬영한 단파 적외선 이미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라파 누이의 암석 정원은 섬 넓이의 0.5%인 0.76km2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이 정도 넓이의 농지에서 수확하는 식량으로 약 2000명의 사람을 부양할 수 있었다고 계산했다.
섬 주변에서 잡히는 해산물을 더하면 최고 3000여 명까지 부양할 수 있었는데 이는 유럽인들이 처음 라파 누이에 도달했을 때 만난 인구와 차이가 없다. 라파 누이 문명의 '붕괴 가설'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논문 말미에서 라파 누이가 스스로 몰락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한된 자연 자원을 가진 고립된 인구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주요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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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8월호, [과학뉴스] 환경 파괴로 몰락? 새로 밝혀진 라파 누이 멸망 이유
[이창욱 기자 changwoo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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