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청춘이 장밋빛은 아니다…씁쓸한 매력의 추리물 ‘빙과’[오마주]

허진무 기자 2024. 8.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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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빙과>의 한 장면. 초이락미디어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일본 가미야마 고교 1학년 오레키 호타로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이라면 간략하게 끝낸다’를 철칙으로 살아갑니다. 친구가 많지도 성적이 좋지도 않아 눈에 띄지 않는 ‘잿빛’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타로는 누나의 부탁으로 폐부 위기에 처한 동아리 ‘고전부’에 가입합니다. 고전부에서 만난 지탄다 에루는 호기심이 많은 여학생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생길 때면 눈을 반짝이며 “신경 쓰여요!”라고 외칩니다. 이번주 소개할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 <빙과>입니다.

호타로는 평소 ‘에너지 절약주의’를 내세우며 만사를 귀찮아하지만 사실 놀라운 추리력을 가진 소년입니다. 호타로는 에루에게 떠밀리다시피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상을 풀어갑니다. 사건이라고 해도 학교가 배경인 학원물인 만큼 추리물의 단골 소재인 살인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고전부의 문집 제목이 ‘빙과’가 된 이유, 미스터리 영화 시나리오의 후반부 내용, 여관 창문에 비친 목 매단 그림자의 정체, 발렌타인 초콜릿을 훔친 범인 등 소소한 사건들의 진상을 추리합니다.

<빙과>는 가벼운 작품입니다. 학원물과 추리물이 장르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진 ‘학원추리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 않아 추리 때문에 골 아파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경쾌하게만 즐기기는 어렵습니다. 청춘을 마냥 ‘장밋빛’으로 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타로가 풀어가는 사건들 이면에는 10대 소년소녀들의 예민한 애정·질투·위선,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학생과 교사 사이 권력 구조가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빙과>의 한 장면. 초이락미디어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 <빙과>의 한 장면. 초이락미디어 제공

<빙과>는 진실의 모습이란 때론 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진실이 밝혀진다고 꼭 갈등이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치탄다 에루의 외삼촌 ‘세키타니 준’의 영웅담과 ‘빙과’라는 제목의 유래를 추적하는 에피소드는 결말이 놀랄 만큼 건조합니다. 다친 마음을 다독이는 사족 같은 것도 남기지 않고 무정하다는 기분마저 들 정도로 깔끔하게 끝내버립니다. 카카오 함량 99% 다크 초콜릿처럼 씁쓸한 뒷맛이 남는 에피소드들이 <빙과>의 매력입니다. 주인공 호타루의 쿨한 매력도 눈을 붙잡습니다.

애니메이션 <빙과>는 일본의 인기 추리소설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가 원작입니다. 원작 자체가 가볍게 읽는 라이트 노벨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2001년 1편 <빙과>부터 2016년 6편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까지 한국에서도 출판됐습니다. 애니메이션 <빙과>는 1~6편의 일부 에피소드를 뽑아 약간의 수정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왓챠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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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빙과>의 한 장면. 초이락미디어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 <빙과>의 한 장면. 초이락미디어 제공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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