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러 수감자 교환…바이든 ‘임기 중 가장 암울했던 날이 기쁜 날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매우 바쁜 일요일’을 보냈다.
고령 리스크, 부진한 여론조사 결과 등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직의 마침표를 알렸다. 그렇게 이날은 바이든 대통령의 공직 생활 중 가장 암울했던 순간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약 일주일 뒤, 이날은 그의 대통령 임기 중 가장 기쁜 날 중 하나로 반전됐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 시민권자 3명과 영주권자 1명을 포함해 러시아에 억류된 16명을 석방하는 협상에 성공한 것이다.
“가족은 시작이자 중간이고 끝이다. 내 피의 피, 내 뼈의 뼈다.” 석방된 수감자 가족들과 함께 워싱턴 백악관 국빈 식당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수감자의 딸 한 명을 안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별도 브리핑을 통해 “푸틴과 직접적 관여는 없었다”며 “러시아 공직자들과 광범위한 접촉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수감자 협상에는 미국과 독일, 러시아, 터키 등 여러 국가가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이번 석방은 외교와 우정의 개가”라며 “동맹들의 도움 없이 이번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특히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석방과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마지막 5개월의 집권 기간을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숨은 공신은 제이크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집무실에 앉아 있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수감자들의 가족에게 부정적인 소식만을 전해야 했던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룸에서 감정에 복받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을 인용해 슬로베니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를 주선한 사람이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다고 전했다.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0일 아스펜전략그룹회의 참석차 콜로라도주에 머물며 전화를 통한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직접 슬로베니아 측을 설득해 발칸 국가에 억류된 에반 거쉬코비치 WSJ 기자와 러시아 모스크바에 억류된 다른 두 명의 러시아인을 교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골로프 총리와의 통화를 주선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이후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은 워싱턴으로 돌아와 자택에서 백악관 상황실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골로프 총리의 전화 통화를 성사시켰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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