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시아 베스트 바 시상식…50위 안에 서울 5곳
“대~한민국! 짜잔짠, 짠짠!”
2024 파리 여름올림픽 경기장에서 울려 퍼진 응원 소리가 아니다. 지난 7월16일 밤 10시30분(이하 현지시각) 홍콩 침사추이에 있는 ‘로즈우드 홍콩’ 호텔 연회장에서 터져 나온 함성이다.
이날 로즈우드 홍콩 호텔에선 술집 버전 미식 행사인 ‘2024 아시아 베스트 바(bar) 50’(이하 ‘에이50비비’) 시상식이 열렸다. 아시아 18개 도시에 있는 바들이 실력을 겨뤄 순위를 선정하는 이벤트로, 이날 한국 바는 무려 5곳이나 50위 안에 올랐다. 제스트, 바참(20위), 앨리스 청담(46위), 르 챔버(48위), 파인앤코(50위) 등이다. 지난해 5위였던 제스트는 3계단 올라 2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1위는 홍콩에 있는 ‘바 레오네’가 선정됐다.
제스트가 2위에 호명되자, 행사에 참여한 30여명의 한국인 바텐더와 관계자들이 다 함께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1위엔 오르진 못했지만 한국 바가 2위에 오른 건 처음이기에, 바텐더들은 서로 껴안으며 환호했다.
‘에이50비비’는 ‘미쉐린 가이드’ 권위에 버금하는 미식 행사를 주관해온 150년 역사의 영국 미식·외식 미디어그룹인 윌리엄 리드사가 2012년에 시작한 ‘월드 베스트 바 50’ 시상식의 아시아 버전이다. ‘에이50비비’ 시상식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열렸다. 심사는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바텐더, 바 주인, 식음료 전문 언론인, 칵테일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회원 265명이 한다.
이날 아시아 각국에서 온 1000여명의 미식 관련 종사자들은 캐주얼하면서도 화려한 파티 분위기를 연출했다. 개인 취향이 작동하는 ‘먹고 마시는 일’에 굳이 순위를 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비판적인 시선도 있지만, 이날 참여한 바텐더들은 한결같이 ‘실력 연마의 자극제’와 ‘소통을 통한 연대’를 큰 장점으로 꼽았다. 순위는 서로를 격려하는 장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날 2위 수상에 제스트 바텐더이자 공동대표인 김도형(34)씨는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팀원들과 함께 이룬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날 ‘바텐더가 뽑은 바텐더’에도 뽑혔다. 또 다른 대표인 우성현(33)씨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였다. 공동대표 권용진(31)씨는 “한국의 여러 바들이 순위에 올라 기쁘다”면서 팀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다른 대표인 박지수(33)씨도 “우리가 추구하는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배출 최소화) 메시지, 의미 있는 이 메시지를 담은 음료 판매가 좋은 성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르 챔버의 바텐더이자 한국 바 문화의 대부라 불리는 엄도환(39) 바텐더는 “매년 5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인데, 첫해부터 연속으로 올라 기쁘다”며 “한국 바의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소코(51위), 공간(89위), 찰스에이치(H)(92위)도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한국 바는 50위 안에 6곳이 올랐다. 한국 바의 국제적 약진이 올해도 돋보인다. 코로나 사태 이후 ‘홈술’ 문화 확산으로 다양한 술에 대한 관심 증가, 2030세대 중심으로 인 위스키 붐이 한국 바 성장의 디딤돌이 됐다. 케이콘텐츠 열풍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드라마에 등장한 바를 방문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에이50비비’ 순위는 요긴한 목록으로 쓰이면서, 서울 바 분위기 전환에 계기가 됐다. 순위에 든 바들의 외국인 여행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50비비’ 콘텐츠 책임자인 에마 슬라이트는 시엔엔(CNN)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바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젊고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50위 안에 가장 많은 수의 바가 오른 도시는 싱가포르(11곳)다. 이어 홍콩이 9곳, 서울이 5곳, 도쿄와 방콕이 각각 4곳으로 뒤를 이었다. 쿠알라룸푸르가 3곳, 자카르타가 2곳, 타이베이가 2곳에 올랐다. 마카오, 광저우, 오사카, 히리케티야(스리랑카), 카트만두(네팔), 마닐라, 타이중(대만), 벵갈루루(인도), 창사(중국), 하노이가 1곳씩 선정됐다.
홍콩/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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