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경고등] 전성기때 12만명서 3만8천명으로 뚝…태백시의 고군분투
임신부터 청소년기까지 아이당 1억1천만원 지원…인구 늘리기 '사활'
(태백=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우리나라 석탄산업 중심지로 국가 경제 중흥을 견인했던 강원 태백시.
전국 도시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소멸 위기' 그림자는 태백시에 유독 더 짙게 드리워졌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87년간 지역사회의 버팀목이었던 장성광업소의 폐광은 더 깊은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태백시 인구는 석탄산업 활황기였던 1987년 12만명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태백은 국민 연료였던 연탄의 수급 안정과 지역 경제에 크게 이바지했고, 밤거리에 불 켜진 상점가는 물론 택시 합승이 흔할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1987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이 시행되면서 태백의 인구는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태백시의 현재 인구는 3만8천명으로, 전성기의 ⅓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2014년부터 10년간 주민 1만명이 지역을 떠났고, 아기 울음마저 들리지 않으면서 인구감소 충격파는 상상 이상이 됐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태백시의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93명으로, 전국 시 단위 중 유일하게 100명을 넘지 못했다.
반면 사망자 수는 416명에 달해 출생·사망에 따른 연간 자연 감소가 323명에 달했다.
게다가 태백시의 장래인구는 2042년 1만8천여명까지 떨어져 현재의 절반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시는 인구 절벽을 타개하고자 지역의 미래를 이끌 아이들에게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출산부터 청소년까지 중앙정부,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지원하지 않는 1명당 1억천만원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틈새 지원을 통해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태백 유일 장성광업소마저 폐광…"이웃 떠나는 모습에 절망감"
태백은 한때 640만t의 석탄을 생산,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했다.
전국 제1의 광도라는 국가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했고, 광산을 따라 지역경제는 번성했다.
국내 유일의 연료 자원이던 '검은 황금'을 채광해 당시 어려웠던 시절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가운데 장성동은 6.25전쟁 이후 본격화됐던 석탄산업으로 사람들이 몰렸고, 산골 마을은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지역 명물인 '실비고기'(한우)를 파는 음식점은 광부들로 붐볐고, 거리는 인파로 북적였다.
하지만,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이 등장하면서 50여개에 달하던 광산이 서서히 문을 닫더니 급기야 지난 1일 지역의 마지막 탄광이던 장성광업소마저 폐광했다.
이곳에서 일하던 광부 140여명이 실직했고, 그들의 가족과 탄광 경제에 의존하던 지역사회에는 불안감이 확산했다.
오래전부터 예상했지만, 가장 큰 규모의 장성광업소 폐광은 지역경제를 침체 일로로 만들었다.
10년 전 4천100명에 달하던 인구는 최근까지 1천여명이 떠나 비어있는 집과 점포가 점점 늘어났다.
마을 경제를 이끌던 장성 중앙시장 100여 개 점포는 30개 점포로 줄었고, 시장 통로 곳곳에는 매매를 알리는 안내판이 내걸렸다.
주민 최모(70·장성동)씨는 "순차적으로 폐광이 이뤄지면서 붕괴하기 시작한 지역 상권이 이번 장성광업소 폐광으로 걷잡을 수 없게 됐다"며 "이웃 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모습에 우리가 희망보다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강원도의 '탄광지역 폐광대응 연구용역'을 보면 태백시의 지역경제 피해 규모는 3조3천억원에 달하고, 광업소가 위치한 장성동의 피해가 2조5천억원에 이른다.
또 실업자 수는 1만5천명으로 예측됐다.
태백의 인구 감소율(2015년∼2022년 9월)은 강원지역에서 가장 높고, 이 중 30대 인구가 7년 만에 절반가량 감소했다.
'떠나는 주민을 잡아라'…임신부터 청소년기까지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태백시는 떠나는 주민들을 붙잡고자 임신부터 출산, 청소년기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등에 사활을 걸었다.
태백지역에서 임신하면 정부와 강원도의 예산을 합쳐 출산 의료비와 임신부 바우처 택시, 난임부부 시술비 등으로 860만원을 지원한다.
이어 출산하면 첫 만남 이용권으로 첫째 아이 200만원에 둘째 아이부터 300만원을 준다.
양육비는 첫째 아이가 50만원, 둘째 아이는 200만원, 셋째 아이부터는 360만원을 지원하며, 현재 만들고 있는 아이키움센터 이용하면 실질적으로 166만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산후 공간 관리비 등을 포함해 출산에 따른 비용으로 466만원을 지원한다.
또 신생아 때부터 미취학 아동에 대해 아동수당, 어린이집 보육료, 강원도 육아 기본수당, 아이돌봄 서비스 부담 지원을 통해 파격적으로 9천100만원을 지원한다.
학교에 입학하면 교육비는 물론 무상급식과 무상 교복, 고3 때까지 우유를 지원한다.
올해 시행에 들어간 학업 바우처 지급 대상은 중위 소득 150%가 기준이지만, 태백시는 자체적으로 지원을 확대해 대상에서 제외된 학생들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고교 졸업 학생들에게 100만원의 축하금을 주고, 대학생에 408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다.
태백시는 이처럼 임신부터 대학 졸업까지 모두 1억1천만원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와 협의해 2천500만원을 더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태백은 최근 교육부 공모사업인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에 선정돼 특화된 인재 양성과 교육·지역 발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시는 한국폴리텍대학 태백센터와 기업 유치 등을 통해 맞춤형 일자리로 정주 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황지고·장성여고를 자율형 공립고로 만들고, 태백기계공고는 한국항공고로, 황지정보고는 한국세무금융고로, 철암고는 스포츠 중점학교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3일 "2022년 시작된 제1차 지역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청정메탄올, 지하연구시설, 핵심광물 등으로 에너지 대전환을 이루고, 2차(2027년~2032년)에 철도와 고속도로 등 교통의 대전환을 이뤄 지방소멸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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