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흠 "이 시대에 문학이 필요한가?…제가 글을 쓰는 이유"[조수원 BOOK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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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 벽돌 쌓는 것처럼 아래부터 차근차근 잘 쌓아야 하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예술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최근 장편소설 '아콰마린'과 산문집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를 동시에 출간한 그는 "글쓰기는 소설가로서의 사명감"이라고 했다.
뉴시스와 만난 그는 "올해로 등단한 지 24년 차를 맞았다"면서 "솔직히 글쓰기가 싫지만 항상 마감하고 난 다음에는 묘한 희열이 있는 참 이상한 직업이 소설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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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 동시 출간
"문학, 개인의 삶 구원할 수 없지만 위안과 위로 영역"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소설도 벽돌 쌓는 것처럼 아래부터 차근차근 잘 쌓아야 하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예술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소설가 백가흠(50)은 "글쓰기는 강도 높은 노동에 가깝다"며 "'벽돌 공'과 비슷하다"고 했다.
"벽돌을 쌓는데 삐뚤어지면 허물고 다시 쌓아야 집이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소설 쓰기도 이 같은 노동의 강도가 높은 편입니다."
최근 장편소설 '아콰마린'과 산문집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를 동시에 출간한 그는 "글쓰기는 소설가로서의 사명감"이라고 했다.
뉴시스와 만난 그는 "올해로 등단한 지 24년 차를 맞았다"면서 "솔직히 글쓰기가 싫지만 항상 마감하고 난 다음에는 묘한 희열이 있는 참 이상한 직업이 소설가"라고 말했다.
"특히 원고 청탁을 받으면 소설을 써야 하는데 집필을 계속해서 미뤘다가 정말 써야 하는 순간에는 머리를 벽에 찧어가며 책을 완성하는데요, 그럼에도 나중에 글쓰기에 빠져 있는 느낌, 희열감이 있어요."
소설가이면서 교수로서 더 부담감이 있다. "학교에 있다 보니까 학생들 보다는 잘 써야 하고 또 더 많이 써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서 "만약 소설을 안 쓰면 제가 선생을 하면 안 되니 가타부타 소설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라면 써야 하는 사명감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신간 '아콰마린'은 10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2001년 단편소설 '광어'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20년이 넘게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그는 2014년 '마담뺑덕으로 주목 받았다. 이후 10년 만의 장편소설인 이번 작품에서는 청계천에서 절단된 손이 발견된 사건을 시작으로 기이하고 하드보일드한 서사가 이어진다.
"비극의 첫 문단은 그렇게 시작된다. '서울 도심, 청계천에서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잘린 왼쪽 손이 발견됐다. 중국 관광객이 아침 산책길에 발견했다. 경찰과 미스터리사건 전담반은 손의 주인을 찾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비극은 되살아나고 다시 죽는다. 비극은 현재에 저항하기 위해 부활한다. 역사의 비극적 결말은 결국 희극적인 사건에 근거한다. 이제 잠잠하고 고요한 아콰마린의 빛으로 함몰되어라. 세상의 모든 여인과 아들은 저항하여라."(14쪽)
'아콰마린'을 소재로 사용한 건 "이 보석이 정화를 뜻하는데 소설과 내용상으로 어울리고 함축적으로 잘 들어맞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정했다"고 했다.
신체 절단의 형식을 사용해 백가흠은 '단절'을 표현하고자 했다. '단절'은 근대 역사에 대한 마무리를 의미한다.
백가흠은 "역사는 마무리된 것을 뜻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역사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며 "화해가 됐든 반성이 됐든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역사가) 실체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자꾸 왜곡하려는 사람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며 "원래의 사실대로 정리하고 마무리를 해야 근대를 넘어선 다음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계속 과거의 역사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마무리가 안 됐기 때문에 '절단'을 통해 일단락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탄생한 소설이 출간된 직후 백가흠은 작품에서 손을 뗀 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소설을 남으로부터 온 이야기를 또 다른 남에게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소설의 운명이 있는 것 같아요. 살 애들은 살고 아닌 애들은 죽는 그런 거죠.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소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생각합니다. 소설은 무엇인가, 세계에 어떤 존재로 남을 수 있는가. 좀체 해결되지 않은 의문은 작가가 된 지 20년이 넘었어도 여전합니다. 이 시대에 문학 같은 것이 필요한가, 문학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학생들의 질문에 선뜻 답을 줄 수 없었던 난감함에 내놓은 궁색한 답이 떠오릅니다. '이미 우리 문학 함으로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아닌가. 그러니 한번 믿어보자.' 문학이 개인의 삶을 구원할 수 없겠지만 위안과 위로의 영역 안에 있는 분명한 사실임을 믿습니다."(317쪽)
백가흠은 "문학은 원초적인 장르여서 지금 상황이 안 좋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고대에서부터 계속 이어져 왔던 것이니까 지금처럼 계속 위축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문학에서 점점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맞다"며 "젊은 친구들이 계속 작가가 되면서 기회가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발달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AI가 쓴 글이 정말 재미있으면 이 판은 끝난다고 생각한다"며 "작가는 AI를 다뤄 작품을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고 그런 세상 금방 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돈이 되면 바로 넘어갈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만약 넷플릭스에서 '사람이 쓴 것보다 AI가 쓴 게 훨씬 낫네'라고 생각해서 사면 끝나는 것"이라며 "상업적인 것과 대중성과 연관된 문화들은 타격이 엄청나게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기준으로는 'AI 사용하는 건 아니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우리 생활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치면 판단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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