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꽃중년' PD "'아빠 예능' 전성시대? 땀내+짠내 通했죠"[직격인터뷰]
최근 '육아 맘'을 넘어 '육아 대디'의 비율도 많아지면서 '아빠 예능'이 풍년을 맞았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 예능 중 '아빠'를 본격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다수 제작돼 다양한 시청층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미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를 비롯해 채널A '요즘 남자 라이프 - 신랑수업'(이하 '신랑수업'), '아빠는 꽃중년', TV조선 '조선의 사랑꾼', '아빠하고 나하고'가 색다른 공감을 유발한다.
2013년 방송을 시작해 어느덧 10주년이 넘은 '슈돌'은 '아빠 예능'의 새 지평을 열었다. '슈돌'이 방영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모습은 다소 생경했다. '육아'의 개념 또한 '주로 엄마의 것'이며 '아빠는 도와주는 존재'란 인식이 강했는데, 그래서 '슈돌' 속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선 아빠들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새로운 그림으로 다가왔다.
당시 '슈돌'의 녹화 방식 역시 각 엄마에게 잠시 휴가를 주거나 엄마가 볼일을 보기 위해 부재 중일 때 아빠가 '48시간'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녹화가 이뤄졌다. 추성훈-추사랑 부녀, 이휘재-이서언, 이서준 부자, 송일국-송대한, 송민국, 송만세 부자, 고지용-고승재 부자, 샘 해밍턴-윌리엄, 벤틀리 해밍턴 부자, 이동국-이설아, 이수아, 이시안 가족이 원 멤버로 활약했고 장현성-장준우, 장준서 부자, 타블로-이하루 부녀 등을 거쳐 현재 제이쓴-연준범 부자, 문희준-문희율 부녀, 최민환-최재율, 최아윤, 최아린 가족 등이 함께하고 있다.
초기 '슈돌'은 육아에 능숙하지 못한 아빠들이 아이의 기저귀 갈기부터 난항을 겪으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차츰 '육아 대디'가 사회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그 수도 많아짐에 따라 아빠와 나들이를 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 특별 게스트가 깜짝 삼촌으로 등장해 육아 경험을 해보는 식으로 포맷이 갖춰졌다.
'슈돌'의 한참 뒤에 '신랑수업'이 또 다른 '아빠 예능'의 결로 신선함을 줬다. '신랑수업' 역시 과거 여성들이 결혼 전 거치는 과정이었던 '신부수업'을 요즘 시대에 맞게 개념을 변형해 본 것이었다. 영탁, 김준수, 손호영, 박태환, 김재중, 신성, 심형탁, 김동완, 데니 안 등 훗날 결혼을 대비하는 예비신랑들이 '신부수업'과 같이 요리 등을 배우며 좋은 배우자가 되기위한 과정을 스스로 밟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중 심형탁이 일본인 여자친구 사야와 결혼은 물론 임신, 출산 과정까지 공개해 아빠가 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전하며 뭉클함을 선사했다. 모태범, 신성, 김동완, 에녹 등은 소개팅을 하고 결혼을 염두에 두고 이성과 데이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 비슷하게 '조선의 사랑꾼'도 각양각색 사랑꾼들의 좌충우돌 러브스토리를 날 것 그대로 전하는 극사실주의 다큐 예능을 표방했다. 여기엔 실제 커플로 거듭난 김국진과 강수지가 MC를 맡으며 박수홍, 최성국, 이용식 딸 이수민의 결혼, 출산 과정, 심현섭의 소개팅 에피소드를 다뤘다. 패널 황보라, 김지민마저 자신의 커플 이야기를 전하며 리얼리티를 더했다.
'아빠하고 나하고'는 아빠와 어색해진 다 큰 자녀가 서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다. 성장과정 중 가슴에 품고있던 앙금을 속 시원히 털어놓고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백일섭 부녀, 박시후 부자, 장광 부자, 강주은 부녀 등이 출연했으며, 서효림 남편과 장인어른 같은 이색 관계도 등장했다.
'아빠는 꽃중년'은 중년 아빠들이 자녀들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궁리를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왕년에 많은 여심을 사로잡은 '꽃중년' 연예인들이 아빠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현실 공감'을 선사한다. '아빠는 꽃중년'은 평균 나이 59.6세인 '쉰둥이 아빠들' 신성우, 안재욱, 김원준이 평균 나이 5세인 자녀들을 키우는 일상을 공개해 여타 프로그램과 차별점을 갖는다. MC 김용건과 김구라마저 남다른 아빠 경력을 자랑한다. 과거 하정우와 차현우를 키웠던 김용건은 지난 2021년 늦둥이 아들을 얻었고, 현재 아들 셋의 79세 육아 베테랑이다. 그리(김동현)의 아빠였던 김구라도 지난 2021년 50대에 늦둥이 딸을 얻어 인생 2막을 펼치는 중이다.
유독 최근 '아빠 예능'이 많아지고 인기 또한 얻는 이유를 방송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아빠는 꽃중년' 박철환PD는 스타뉴스에 "시청자분들이 아빠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하는 시점인 것 같다"라며 "'아빠는 꽃중년'에서 늦깎이 아빠들은 50대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육아/가족 예능 속 아빠들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섬세하게 육아와 살림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이 동년배 뿐 아니라 2,30대 남자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빠하고 나하고', '신랑수업' 같은 프로그램도 남성들이 자녀와 배우자와의 관계를 좀더 따뜻하고 다정하게 풀어가는 상황들을 보여주고 그 방법들을 함께 고민해주고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관계들 속에서 '아빠들' , 크게는 '남성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성장해야 하는지가 화두인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아빠는 꽃중년'의 인기 요인으로 박PD는 "'한때 최고로 멋졌던 오빠들'이 육아와 살림에 온몸을 던지는 '아빠'가 된 모습에서 공감, 연민 그리고 감동을 느껴주시는 것 같다. 이들의 땀내나고 짠내나는 일상에는 허세도 권위도 없다. 열심히 삼시세끼 차려주고도 옛날 아빠 같다고 혼나고, 어린이집 행사에서 아들 뻘 아빠들과 같이 춤추고 달린다. 겉모습은 중년 인데 다 내려놓고 아빠로서 새로 시작하고 성장하려는 모습에서 웃음과 감동이 느껴진다. 프로그램이 '이제 중년도 저렇게 뜨겁게 살아야 한다' 라는 영감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꽃중년의 라이프 스타일에 주목하는 것 같다"며 "신성우 아빠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 동안 무시하거나 미뤄왔던 피부관리, 노안수술에 들어간다. 다른 꽃중년들도 아이들을 위해 삶을 갱생(?)하는 모습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건강과 미모를 챙겨야하는 명분이 확실한 이 남자들을 통해서 안티에이징에 좀더 적극적인 중년 라이프가 담기는 것 같고 그게 공감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PD는 "아직 큰 지분은 아니지만 2, 30대 남성 시청층이 꾸준히 늘고 있다. '나이든 저 형들도 한다면, 나도 언젠가 결혼과 육아를 저렇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라며 "사회에서 자리잡다보면 결혼과 출산이 점점 늦어지고 이에 대한 불안을 2, 30대 남성들이 많이 느낄 거라고 본다. '아빠는 꽃중년'을 보면, '조금 늦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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