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 놓칠 뻔" 경찰 속인 성매매업소…초임검사가 '실체' 밝혔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마사지업소로 위장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며 유사성행위를 알선하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수사망을 빠져나가려 한 실업주가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정현승)는 지난달 16일 실업주 A씨를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바지사장 B씨를 성매매알선방조와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은 지난해 여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마사지업소에서 마사지사와 손님 간 유사성행위가 이뤄지는 현장을 적발하고 당시 업소 카운터를 보고 있던 A씨와 마사지사, 손님들을 입건했다. 며칠 후 자신이 업소 사장이라며 자수한 B씨도 추가 입건했다. 경찰은 올해 1월 A씨를 업소 종업원으로, B씨를 업소 사장으로 특정해 성매매알선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구자빈 검사(변호사시험 12회)는 △A씨가 과거 마사지업소를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사건 업소에서 마사지요금을 이체받는 계좌가 A씨 여동생 명의였던 점 등에 의문을 갖고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B씨는 검찰 조사에서 과거 A씨가 운영하던 업소를 인수했고, 사건 당일 A씨는 자신이 부탁해 하루만 가게를 봐준 것이라고 줄곧 주장했다.
하지만 A, B씨간 통신내역과 계좌를 분석한 결과, B씨가 업소 인근에 있었던 내역이 전혀 없었고 A씨 여동생 명의 계좌로 입금된 돈은 곧바로 A씨 계좌로 이체되고 A씨 개인계좌에서 업소 임대료가 지급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구 검사는 단속 이후에도 마사지업소가 계속 운영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업소 앞까지 찾아갔다. 업소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찾아내 업소가 운영 중임을 의심케 하는 단서들도 확보했다.

이러한 사정들을 법원에 적극적으로 소명한 결과 법원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B씨는 자백했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

이후 재조사를 실시한 결과 A씨는 과거 성매매알선 혐의로 단속돼 더 이상 본인 명의로 업소 운영을 못 하게 되자 B씨 명의를 빌려 업소를 운영했고, 또다시 단속되자 B씨에게 허위 자수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B씨가 A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것 외에도 본인 명의 계좌를 새로 개설해 A씨가 마사지대금 수금에 이용할 수 있도록 계좌를 제공하는 등 A씨 범행에 가담한 정황도 추가로 확인했다.

검찰은 이들을 성매매알선죄 뿐만 아니라 범인도피·도피교사죄까지 적용해 재판에 넘겼고,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범죄수익환수팀에 몰수, 추징보전명령 청구를 의뢰했다.

구 검사는 "경찰에서 속칭 바지사장을 실업주로, 실업주를 종업원으로 판단한 사건을 철저한 수사를 통해 그 실체를 밝혀냈다"며 "앞으로도 성매매알선 범죄를 적극적으로 수사해 관련자들을 강력히 처벌하고, 범죄수익 또한 철저히 환수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