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흉기 난동' 최원종…"스토킹 조직이 날 감시"[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최원종은 준비한 흉기를 들고 백화점 1~2층을 오가며 시민 9명을 습격해 상해를 입혔다. 당시 119에는 "남자가 사람을 찌르고 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 14명 중에서 차량에 치여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던 고(故) 이희남씨(당시 65세)는 3일 만에 사망했다. 이씨는 남편과 외식하기 위해 손을 잡고 걷던 중 사고를 당했다.
마찬가지로 최원종이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에 빠졌던 고 김혜빈씨(당시 20세)도 사건 발생 25일 만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미대생이었던 김씨는 미술학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변을 당했다.
검찰은 최원종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최원종이 개발한 프로그램 수준이 학사학위 정도로 높다'는 전문가 의견과 '대학 시절 성적이 우수했다'는 학적 자료 등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신감정 요청을 받아들였다. 최원종은 국립법무병원(옛 치료감호소) 정신감정을 받았고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으며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망상으로 인한 재범 위험성이 높아 치료감호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검찰은 "정신감정 결과는 참고 사항일 뿐"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1월 결심 공판에서는 "조현병에 의한 망상 때문에 범행했다는 주장은 감형을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최원종은 피고인 신문에서 "날 괴롭히는 스토킹 집단이 무섭고 화가 나 범행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최원종이 수사기관에서 범행 동기와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해 진술한 점에 주목하며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최원종이 범행 직전까지 인터넷에 '신림동 칼부림', '사시미칼', '심신미약 감형'을 검색한 점을 꼬집으며 '계획 범행'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피해자 이씨 남편은 "아내는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첫사랑"이라며 "8월 3일이 되면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 1년이 된다. 아내가 세상에 없어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슬프다"고 울먹였다.
이어 "65세 노부부는 저녁 식사하려고 집을 나섰다. 늘 걸어 다니는 동네에서 차가 돌진할 거라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다"며 "손을 잡고 걷던 아내는 한순간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저만 살아남았다. 충격으로 귀가 잘 안 들린다. 열심히 살았는데 허무하다. 우리 집은 한순간에 풍비박산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어떻게 하면 감형받을지 공부해 14명의 사상자를 낸 테러"라며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당했는데 살인자는 살아있는 세상이 원망스럽다. 계획 살인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희생자 김씨 어머니는 "혜빈이는 더 이상 오늘을 살 수 없다. 영원히 21살이 될 수 없다. 최원종이 사형받길 원한다"며 "재판이 진행되는 11개월간 아무 생활도 못해 생활비는 바닥이 났다. 범죄 피해구조금 지급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감형 요소로 보는 판례가 있어 생각조차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종은 피고인 신문에서 여전히 "스토킹 조직이 날 죽이려고 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수감된 곳에서도 스토커 조직이 감시 중"이라며 "교도관들과 죄수들까지 모두 스토커 조직에 매수됐다"고 말했다.
검찰이 "범행 영상을 보면 무작위로 흉기를 휘두르는데, 스토커 조직원을 죽이려면 구별해야 했던 거 아니냐"고 묻자 최원종은 "대다수가 스토킹 조직에 가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최원종은 최후 진술에서 "국정원과 신천지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도청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피해자 유가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원종에 대한 항소심 선고 기일은 오는 20일 열린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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