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도 ‘이 제도’ 때문에 고교진학 포기…학생들 운동할 권리 보장해줘야”
운동선수 최저학력제 탓에
탁구신동 신유빈 진학 포기
학습권 못잖게 운동권 절실
전문선수 택한 학생 뜻 존중
학업·훈련 병행 가능해야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예상을 뒤엎는 결과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한국 선수단은 부정적 전망을 뒤로하고 순항을 거듭했고, 대회 전 목표치를 일찌감치 초과 달성했다. ‘이번 올림픽은 정말 관심 없다’고 말하던 국민들도 다음 경기 일정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매일경제와 만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런 분위기를 예견한 듯했다. 그는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올림픽 기간에만 체육계에 관심을 보내는 사회적 풍토를 꼬집었다. “예전에는 국위선양이 중요하다더니 이젠 그런 거 필요 없다고 하고, 그러다 또 엘리트 체육 붕괴라고 떠듭니다. 이런 식의 단기적 시각이 문제입니다.”
이 회장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체육인들은 상대적 약자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직도 우리 사회엔 운동하면 머리 나쁜 사람이라는 편견이 남아있다”며 “체육인들이 덩치는 크고 목소리는 클지 몰라도 사회적 지위는 약자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체육 정책에 현장의 혼란이 커져도 체육계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특히 ‘학생선수 최저학력제’를 문제 삼았다. 학생 선수가 일정 수준의 학력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다음 학기에 열리는 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는 “음악이나 미술을 하는 학생들은 최저학력제를 적용받지 않는데 운동선수들만 제한을 받는다”며 “신체 능력의 절정기에 인생의 승부를 봐야 하는 학생 선수들에게는 학습권보단 운동권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온 국민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탁구 신동 신유빈 선수를 응원하지만, 그가 최저학력제도와 운동권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단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엘리트 체육 진흥과 생활체육 확대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본 조건은 모든 학생이 학교나 커뮤니티 공간에서 언제든 원하면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그중에 전문 선수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에겐 운동할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거죠.”
생활체육 확대를 위해 이 회장은 체육시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이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고 싶어도 운동을 할 만한 시설이 너무 부족합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운동을 하기 위해 경기도 외곽까지 가게 해선 안 돼요.”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학교 운동장 개방이다. 이 회장은 “시내 한복판에 학교가 많은데 교도소처럼 문을 꽉 잠그고 있다”며 “학교 운동장을 개방해 생활체육 시설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 발전을 위한 통합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체육 관련 업무가 12개 부처에 나뉘어 있어요. 이걸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그가 제안하는 해법은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이다. “방송통신위원회나 금융위원회 같은 독립 기구를 만들어 체육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장기적 관점의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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