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식서 불리지 못한 이름, 시상식서 울린 ‘대~한민국’[신문 1면 사진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7월 29일
지난 7월 27일(한국시간) 파리 올림픽의 막이 올랐습니다. 배를 타고 입장하는 사상 초유의 개회식이 인상적이었으나, 장내 아나운서가 입장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을 향해 북한이라 두 번 부르는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수선한 출발이었지만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금세 잊게 만들었습니다. 오상욱이 펜싱 사브르에서 첫 금메달을 신고하고, 사격 오예진과 김예지가 금·은메달을 나란히 따냈지요. 오상욱과 오예진의 금메달 확정 순간의 표정을 붙여 월요일자 1면을 장식했습니다. 개회식에서 불리지 못한 ‘대한민국’이 시상식에서 두 번이나 불린 날이었습니다.
■7월 30일
1면 톱기사에는 <‘총·칼·활’의 한국…100번째 금 ‘명중’>이라는 멋진 제목이 붙었습니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모든 ‘구기’ 종목이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반면 사격·펜싱·양궁 등 소위 ‘무기’ 종목에서 금메달이 이어진 것을 반영한 제목입니다. 이날 한국 양궁은 파리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10연패를 달성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금빛 전통을 이었습니다. 한국 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은 대표팀 막내 16세 반효진이었습니다. 이 ‘사격 천재’는 0.1점차 승리를 따내며 역대 최연소 메달리스트 기록도 바꿨습니다. 1면 사진은 금메달 확정된 뒤 손을 흔드는 반효진의 모습입니다.
■7월 31일
대체로 패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삶이라서 그런지 올림픽 기간에는 역동적인 경기나 승리의 환호 같은 멋진 사진들로 1면을 채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에 맞춰 국내에서는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환불 지연사태가 터졌습니다. 연일 관련 기사가 주요하게 다뤄졌는데요. 이날은 양 회사와 그 모기업인 큐텐그룹 대표까지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고개 숙여 사과하는 장면을 1면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이날 한국 양궁은 남자 단체전에서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8월 1일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열린다고 세계의 분쟁이 멈추진 않습니다. 이날 가장 떠들썩한 국제뉴스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대통령 참석 후 피살된 사건이었습니다. 하니예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급습으로 살해됐습니다. 관련 사진이 외신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헤즈볼라의 골란고원 축구장 공격으로 12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한 사진을 1면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눈을 즐겁게 하는 올림픽 사진에 묻혀 있다가 다시 삭막하고 우울한 폭격과 파괴의 사진을 쓰는 것이 영 아쉬웠습니다.
■8월 2일
웬 ‘환호’사진인가 하셨을 겁니다. 올림픽 분위기가 무르익는 동안에 충북 제천에서는 대통령 금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가 열렸습니다. 한국 축구 미래들의 산실인 대회죠. 경향신문이 주최하는 대회로 올해 57회째를 맞았는데요, 이 대회에서 서울 영등포공고가 2년 연속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는 한국 축구의 미래들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번엔 좌절됐지만 다음 올림픽의 축구 본선 진출은 이 고교생들의 발에 달려 있는 겁니다. 닷새 치 지면 1면에 세 차례 스포츠 사진을 썼습니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스포츠 사진은 깔끔하고 개운합니다. 남은 올림픽 즐기시길 바랍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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