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만큼 빛났다…올림픽 ‘뜻밖의 수혜자’ 된 현대차
[비즈니스 포커스]
2024 파리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예전보다 줄었다고 하지만 올림픽은 여전히 전 세계 기업들의 마케팅 각축장이다.
파리올림픽 입장권은 970만장(7월 26일 기준)이 팔려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현장의 관람객보다 TV로 보는 시청자는 더 많다. 전 세계 수십억명이 올림픽 중계 방송을 시청하는 만큼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TV, 스트리밍 중계 등으로 파리올림픽 개회식 중계를 본 미국 시청자는 2860만명으로 집계돼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는 이번 개회식에서 선수단 보트에 ‘갤럭시 S24 울트라’를 설치해 센강을 따라 6km가량 퍼레이드를 펼치는 각국 선수들의 생생한 모습이 촬영될 수 있도록 지원했는데 이 모습은 올림픽방송서비스(OBS)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올림픽 스폰서십을 통해 매출 증대와 브랜드 인지도 향상 등 마케팅 효과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상위 스폰서(TOP) 15개사는 삼성, 도요타, 코카콜라, 비자, 인텔 등이다. 루이비통, 디올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은 프리미엄 후원사다.
LVMH그룹은 파리올림픽에서 메달, 메달 트레이와 케이스, 성화봉, 프랑스 국가대표팀 단복, 자원봉사자 유니폼 등을 제작했다. CNN에 따르면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13억 달러(1조8000억원)에 달하는 스폰서십을 유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장남 앙투안 아르노 대표는 “스포츠와 럭셔리 브랜드가 공유하는 가치, 즉 탁월함, 열정, 고도 기준이 서로 잘 맞는다”며 “이번 파트너십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브랜드가 가진 문화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스포츠와 럭셔리 간 새로운 융합을 보여줄 기회”라고 말했다.
올림픽 최초 ‘시상대 셀카’…브랜드 가치 30배↑
전 세계 정·재계 거물이 총집결하는 올림픽은 총수들에게도 미래 먹거리 발굴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다. IOC 최상위 스폰서(TOP) 15개사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프랑스 현지를 찾아 글로벌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방문이다.
이 회장은 파리올림픽 동안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 글로벌 정·관계 및 스포츠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하며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7월 27일(현지 시간) 이 회장은 파리 그랑팔레 관중석에서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전을 지켜보며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오상욱을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1997년 IOC와 글로벌 후원사인 TOP(The Olympic Partner) 계약을 체결하고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활동해 왔다. IOC는 분야별로 톱 기업을 1개만 선정해 마케팅 독점권을 부여한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공식 후원을 계기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진입했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올림픽 공식 후원을 개시한 직후인 1999년 31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23년 914억 달러로 약 30배 가까이 성장했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에 이어 세계 5위다.
삼성전자는 파리올림픽 후원 등 마케팅에 3000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시상대 위에 오른 선수들이 직접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은 연일 화제다.
삼성전자는 각국 선수 1만7000여 명에게 갤럭시 Z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증정했다. 선수들이 메달을 받은 뒤 영광의 순간을 갤럭시Z플립6 올림픽 에디션으로 기념 사진을 직접 촬영하고 ‘애슬리트 365’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 팬들과 공유할 수 있다.
그간 올림픽 시상식에는 휴대폰을 포함한 모든 개인 소지품 반입이 금지돼왔으며 올림픽 공식 미디어만이 시상대를 원거리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이상관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사는 “지난 20여 년간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이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머물러 아쉬웠다면 이번 파리올림픽에선 ‘빅토리 셀피’를 통해 과거보다 한 단계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간 무겁고 기술적으로 접근했던 후원의 형태를 발전시켜 감성적이고 소프트하게 다가간 시도”라며 “경쟁사인 애플과 비교해 삼성의 약점으로 꼽히는 감성적인 부분을 채워 Z세대들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강 양궁 뒤엔 ‘40년 키다리 아저씨’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도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대차그룹과 무신사다. 현대차그룹은 파리올림픽 특수의 숨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선전하자 지난 40년간 한국 양궁을 지원해온 히스토리가 회자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식 후원사만큼 돈을 쓰지 않고도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1985년부터 40년간 회장사를 맡으며 한국 양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오랫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파리올림픽 현장을 찾아 양궁 국가대표팀 경기를 챙겨보며 금메달 시상이 끝난 뒤 선수들을 일일이 안아주고 악수하며 축하를 건넸다.
현대차그룹은 양궁 국가대표팀을 위해 자동차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점수 자동기록 장치’, 비접촉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긴장도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 등을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양궁 저변 확대 등에 집중해 한국 양궁이 세계 최정상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관 이사는 “현대차그룹은 단순 현금성 지원보다 오랜 시간 양궁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슈팅로봇을 개발하고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한 여러 활동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며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인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와도 연결돼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련미로 전 세계 홀린 ‘무탠다드 단복’
무신사는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가 디자인한 파리올림픽 국가대표팀 개·폐회식 단복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선정한 ‘단복 톱10’에 선정돼 이목을 끌었다.
처음 공개 당시 일부 해외 네티즌으로부터 한국 드라마 속 죄수복과 비슷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으나 IOC는 파리올림픽에 참가하는 206개국 중 최고의 단복을 선보인 10개국으로 한국을 꼽았다. IOC는 “한국 국가대표팀 단복은 무신사 스탠다드가 제작한 깔끔하고 가벼운 벨트가 있는 정장으로 세련미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무신사는 동쪽을 상징하는 절제된 색조의 벽청색의 단복을 통해 젊은 활력과 진취성을 표현했다. 현지의 무더운 날씨를 감안해 편안하고 쾌적한 착용감을 선사하는 여름용 울 소재를 기반으로 제작했고, 블레이저 안감에는 청화 백자의 도안을 새겨넣어 한국의 전통미를 부각했다. 온라인에서는 이번 올림픽 단복이 젊은 팀코리아 선수들의 힙한 감성을 담아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상관 이사는 “기존 무신사의 브랜드 이미지는 Z세대 남성 의류 브랜드, 가성비 브랜드 이미지였는데 이번에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단의 단복을 만들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며 “그간 타깃층이 남성에 국한돼 있었지만 여성까지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파리올림픽으로 무신사가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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