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끝서 ‘삶’을 배송하기까지… 고졸 청년 택배 기사 ‘땀의 기록’

청년 택배 기사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김희우/ 행성B/ 1만7000원

택배가 멈춘다면 일상이 얼마나 불편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세상이다. 고객이 물건을 주문하고 오래 걸리지 않아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편하게 받기까지는 수많은 노동자의 수고가 뒤따른다. 택배산업 역시 자본주의 체제의 축소판과 다름없다. 책은 군 제대 후 ‘고졸 청년 사업가’로 잘 나가다 믿었던 동료에게 사기를 당한 후 벼랑 끝에 몰린 ‘고졸 백수 청년’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 어떻게 애썼는지 보여준다. 고되지만 정직한 노동인 택배를 통해 재기하고 마음의 상처도 치유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전한다.

스물아홉 택배 기사의 삶과 이야기이다. 책을 1000권 이상 읽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저자가 택배 일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와 준비 과정, 생수 배달을 거쳐 일반 물건 택배와 집화 업무를 하며 겪은 일이 친절하게 소개된다.

김희우/ 행성B/ 1만7000원

“택배는 분명 돈이 된다. 처음에 필요한 자금도 제법 된다.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화물차에 들어간 비용이다. 당연히 제일 많은 돈을 썼다. 중고차 구입비에 보조 물품 구입과 설치, 정비 등을 포함해 1061만 6600원이 들었다. 자세한 내역은 아래와 같다.”

그러면서 택배 기사를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총정리해 보여준다. 아울러 알선비 부담 없이 스스로 택배 일자리를 찾는 방법, 중고 화물차 구입 시 유의할 점,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의 경비 처리와 세금 문제 등 택배 관련 정보도 깨알 같이 담았다. 택배를 직업으로 고려 중인 사람들에게 유용한 안내서로 손색없다.

“고객님의 소중한 상품이 배달되었습니다”라는 문자가 전송되기까지 그 이면에서 일어나는 택배 세계의 모든 것, 고객들은 알 수 없는 택배 기사의 사생활도 낱낱이 풀어놓았다. 고객 입장에서 자신의 실수나 착오가 택배 기사를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지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선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청년 택배 기사의 자세가 울림을 준다. “부끄러움과 귀찮음을 감내하고 스스로 움직여야 기회가 온다. 택배 일을 통해 얻은 큰 깨달음 중 하나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