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과학이다] 인공위성 기술 접목한 로켓 슈트...수영 메달색 바꾼다

이종현 기자 2024. 8.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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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선수용 수영복 기술의 최전선
저항 줄이려고 위성 코팅 기술도 활용
수학자가 수영 선수용 시뮬레이션도 개발
7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남자 800m 계영 예선전에서 한국 마지막 주자 김우민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이 대회 중반에 접어들면서 수영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김우민 선수가 남자 400m 자유형에서 동메달을 땄으며, 중국의 판잔러는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9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수영은 누가 빠르게 헤엄치느냐에 따라 순위가 갈리는 종목이다. 얼핏 보면 별다른 장비가 없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과학기술이 집약돼 있는 종목이다. 지상과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겨루기 때문이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700배 정도 높고, 점성도 55배 높다. 그만큼 물 속에서는 자유로운 이동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수영 선수가 더 빠르게 움직일 수록 물 속에서 저항도 많이 받는다.

선수용 수영복을 만드는 회사들은 일찌감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과학 기술을 집약했다. 서울대 최해천 교수는 상어 피부의 돌기가 마찰 저항을 줄이는 원리를 찾아내 1994년 발표했는데. 이를 응용한 전신수영복이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 전신수영복은 선수용 수영복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수영복 회사인 스피도가 2008년 내놓은 전신수영복 ‘LZR(레이저) 레이서’는 아예 판도를 바꿨다. 레이저 레이서는 나일론과 라이크라 섬유에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우레탄 혼합물을 섞어서 만들었다. 폴리우레탄은 부력을 높이고 수영복을 더 매끄럽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기존 수영복보다 저항을 8%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수영 스타인 마이클 펠프스는 2008년 올림픽에서 이 수영복을 입고 전무후무한 8관왕을 차지했다. 2009년 세계수영선수권에서는 신기록이 무려 43개 쏟아졌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유체 역학자인 티모시 웨이는 미국 과학전문지 ‘퍼퓰러 사이언스’에 “폴리우레탄을 이용한 전신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은 다른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보다 물 속에서 더 높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며 “물속에서 운동하는 물체가 앞으로 나아갈 때 받는 조파저항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수영대표팀의 카엘렙 드레셀(Caeleb Dressel) 선수가 스피도의 새 수영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speedo

사실상 금지된 기술로 부당하게 성적을 높인 ‘기술 도핑’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세계수영연맹은 2010년 전신수영복과 폴리우레탄이 사용된 수영복의 사용을 금지했다. 전신수영복의 시대가 끝났지만, 수영복 회사들은 조금이라도 저항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파리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스피도는 수영복의 발수성(물이 스며들지 않는 성질)을 높여서 선수가 물에서 더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스피도는 인공위성을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나노 입자 코팅 기술을 수영복에 접목했다.

스피도의 기술개발 책임자인 쿠오라 라베조는 “수영복에 물을 튕겨내는 나노 코팅을 하면 물이 달라붙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저항이 줄어든다”며 “물이 그저 선수의 몸을 스쳐 지나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스피도 경쟁사인 티어는 이번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티어 벤조’라는 새로운 수영복을 제공했다. 티어는 수영복의 마찰을 줄이고, 다리의 이음새 부분을 개선해서 선수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티어의 레이첼 리플리 디렉터는 “이탈리아 군에서 개발한 마찰 없는 원사를 수영복 원단에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수영복 회사인 미즈노나 아레나는 수영복의 주요 부위에 더 많은 압축력을 부여해서 선수의 근육을 잡아주고, 물에서 더 높은 부력을 갖도록 했다. 선수용 수영복은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신체를 압박하도록 만들어졌다. 탄력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몸에 수영복이 완전히 붙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선수용 수영복은 한 번 입고 벗는데 몇 십 분이 걸리기도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6일 수영선수들이 수영장 물 안에서 소변을 보는 게 일반적이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선수용 수영복을 입고 벗는 일이 워낙 힘든 탓에 선수들끼리 양해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영장은 염소가 많이 함유돼 있어서 소변으로 인한 위생 문제는 없다고 한다.

수영복 외에도 수영 선수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과학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올림픽 대회는 허용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착용하는 수경 내부에 다양한 지표를 표시해주는 기술도 등장했다. 선수가 자신의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미국 수영대표팀은 버지니아대의 수학자인 켄 오노(Ken Ono) 교수와 협업해 선수들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가상실험) 기술을 개발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3D(입체) 모델로 만들어서 기록을 1초라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동작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오노 교수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터뷰에서 “우리의 역할은 선수들이 최적화된 정밀 훈련을 통해 조금 더 효율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과학을 활용해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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