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타 셰프들]② 이연복, 마음으로 빚어낸 대가(大家)의 중식

이정수 기자 2024. 8.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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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육, 멘보샤 등 통해 韓 입맛 사로잡은 ‘목란’
이연복 '목란' 셰프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웍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연복 셰프는 국내 중식 대가 중 한 명으로서 한국 사람들에게 동파육과 멘보샤로 유명한 셰프다. /전기병 조선일보 기자

특정 요리 분야에 있어 대가(大家)라 불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음식의 뛰어난 맛은 물론, 요리사의 오랜 경험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대가가 되기 위해선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널리 사랑받아야 비로소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중식의 대가로 불리는 목란의 이연복 셰프 또한 마음을 중요시 여기는 셰프 중 하나다. 그는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연복 셰프는 단순히 고객의 마음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고객의 마음 외에도,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도 역시 중요하다는 철학을 그는 지니고 있다.

먼저 마음 상태에 따라 요리의 결과도 다르다. 같은 재료를 동일한 방식으로 요리해도 마음이 다르면 맛이 크게 차이가 난다. 짜증 난 상태에서 요리를 하게 되면 재료도 툭툭 넣게 되고 담음새 역시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그 반대는 또 다르다. 먹는 고객의 입맛에 맞춰 세심하게 간을 보고, 내오는 방식을 고민하는 배려는 즐거운 마음 속에서 나오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언제나 ‘웍(중화식 팬)’ 앞에 서기 전에 마음을 다잡는다. 재료 외에도 기쁜 마음을 웍과 함께 조리하면 접시에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하면 기쁨, 사랑 등이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연복 셰프는 부모를 향한 마음인 ‘효(孝)’에 더 마음이 간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에게 대접한다는 마음가짐이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목란이라는 이름을 살펴봐도 그러하다. 목란은 디즈니의 인기 영화인 ‘뮬란’에서 착안했다. 죽음의 위험 속에서도 아버지를 위해 남장을 하고 대신 징집되는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목란의 시그니처 메뉴인 동파육(왼쪽)과 멘보샤. 그 뒤에는 이연복 셰프가 공동 개발한 한국식 고량주 이연. /목란

이 곳 목란의 대표 메뉴는 동파육과 멘보샤다. 목란의 동파육은 마치 푸딩처럼 느껴질 정도로 부드럽다. 젓가락으로 살짝 힘만 줘도 사르르 부숴진다. 입안에 넣고 음미하면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이 달콤 짭짤한 소스와 섞여 어우러진다. 같이 내온 아삭한 청경채와 곁들여 먹으면 식감 또한 좋다.

멘보샤의 경우, 서서히 기름에서 튀겨냈기에 그 바삭함이 일품이다. 바삭하게 튀겨낸 식빵 안에는 새우로만 만든 완자가 있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식빵의 고소함과 새우의 담백한 육즙이 입안에서 은은하게 퍼진다. 함께 나온 새콤달콤한 소스를 찍어 먹으면 또 맛이 다르다.

또한 그가 최근 공동으로 출시한 한국식 고량주인 ‘이연(利緣)’도 그만의 입맛이 충분히 담겨 있다. 수수로만 만들어 전통 고량주와도 비슷하지만 목을 넘기고 나면 묵직한 곡식의 향이 식도를 타고 올라온다. 사람에 따라 꿉꿉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기름진 요리와는 잘 어울린다.

그가 다음으로 내세우고 싶은 것은 바로 딤섬, 샤오롱바오다. 이연복 셰프는 자신의 이름이 담겼다 하여 비싸게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음식은 세프의 이름값이 아닌, 음식 그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약력 소개 부탁 드린다.

“목란을 운영하고 있는 이연복이다. 음식 경력은 13살의 어린 나이부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쯤으로 기억하는데, 처음엔 배달부터 시작했다. 이후 17살, 음식을 정식으로 배우게 됐다. 목란 이전에는 사보이 호텔, 대만 대사관 등에서 일했다. 일본에서도 10년가량 있었다.”

이연복 '목란' 셰프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웍스튜디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전기병 조선일보 기자

―이연복의 중식을 설명하자면?

“전통을 따라가되, 내 경험을 많이 융화시켰다. 한국, 중국, 일본을 모두 경험했기에 거기서 배운 경험을 적절히 배합해 왔다. 전통 중식보단 덜 느끼하되,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도록 요리를 발전해 왔다. 사실, 요리라는 것은 하나를 개발하는 게 어렵지만 있는 메뉴를 보다 맛있게 만드는 것은 쉽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을 교육할 때도 강조한 부분이 짜장면 하나를 만들더라도 다르게 만들도록 강조했다. 똑같은 짜장면이면 굳이 이곳에 올 필요가 없지 않은가.”

―목란은 어떤 곳인가.

“목란은 나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 곳이다. 그동안의 고뇌, 희열, 노력 그 모든 것들이 섞인 곳이다. 매장을 처음 열었을 때, 정말 이곳에만 달라붙어 일을 했었다. 처음엔 역삼에서 열었지만 이어 압구정, 강북을 거쳐 지금 연희동에 자리 잡게 됐다.”

―이름 뜻이 궁금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에서 착안했다. 사실 일본에 있을 때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효도하는 뮬란을 보고 이름을 짓게 됐다. 다들 돈 좀 벌고 나면 효도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부모님이 안 계시면 아무 의미 없더라.”

이연복 목란 셰프의 트레이드 마크인 중식도들. /전기병 조선일보 기자

―후각을 잃었다는 아픈 과거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대만 대사관에서 일할 때 축농증이 심했다. 그때 받았던 수술이 잘못돼 후각을 잃게 됐다. 요리사로선 치명적일 수 있기에 다른 감각, 특히 미각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아직도 지키는 세 가지가 있다. 바로 아침을 먹지 않고, 담배와 과음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미각을 날카롭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공복 상태로 요리해야 정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과음하게 되면 간 볼 때 세심함이 떨어지더라. 담배를 피우게 되면 입안이 텁텁해져 힘들다.”

―셰프로서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부지런해야 한다. 특히 식당 평판과 직결되는 주방이 청결해야 함은 물론이다. 목란은 매일 대청소를 하고 있다. 하루 미루면 그다음 날 청소가 2배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 부지런하지 않으면 좋은 재료를 찾는 것도 어렵다. 신선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선 시장에 자주 나가야 한다. 직접 보고 먹어야 한다. 장사가 잘되는 법은 사실 간단하다. 또한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단순히 ‘아는 것’과 이를 실제로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요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마음이다. 청결과 정성 모두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일본에서 있을 때, 늘 일이 끝나도 혼자 열심히 일하는 셰프가 있었다. 그 사람에게 요리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물어봤었다. 그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당시엔 웃어넘겼지만 이제 비로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짜증 날 때, 즐거울 때 마음가짐에 따라 음식 맛이 완전히 다르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어떤 셰프로 기억되고 싶은가.

“거창한 목표는 없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셰프로 기억되고 싶다. 모두가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목표 자체를 설정해두면 꼭 이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트레스더라 (웃음). 그저 주어진 일 열심히 하고 들어올 일을 대비하고 싶다.”

☞이연복 목란 오너 셰프는

▲목란 現 오너 셰프 ▲한국호텔관광실용전문학교 現 석좌교수 ▲주한 대만 대사관 前 주방장 ▲사보이 호텔 前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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