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확대하면 기업가치가 제고될까?[FN재계노트]

김동호 2024. 8.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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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팀장

FN 재계노트는 재계에서 주목하는 경제 이슈와 전망을 전문가 시각에서 분석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혁신도 혁신하라'의 저자 해외 유명 컨설턴트 스티븐 M. 샤피로는 "혁신이란 말이 관성화돼 사람들이 생각하는 혁신의 방식도 몇 가지 유형화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혁신의 방식 자체를 혁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어떤 목적이나 구호에 매몰돼 본질적인 가치와 효과적인 방식에 대한 고민을 잃지 말라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정부는 상장사들이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환원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토록 한 '밸류업' 정책을 시행했다. 기업이 배당과 주주환원보다 지배주주 편향적 경영에 몰두한 것이 한국증시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중요한 원인이라며 이를 스스로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다.

취지는 좋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 논의의 면면을 살펴보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우선 정부는 페널티나 규제가 아닌 세제 등 인센티브로 밸류업을 유도하겠다고 밝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규제 논의를 시작하면서 기업을 당황케 했다. 대표적으로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그렇다.

이사의 충실의무란 회사와 다른 경제주체와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사가 회사 외의 경제주체를 위해 업무를 수행하지 말라는 일종의 '충성 의무'다. 논의되는 개정안은 이 의무를'회사 이익'을 위한 것에서'회사와 주주 이익'을 위한 것으로 확대하자는 것으로, 22대 국회 들어 벌써 관련 개정안이 3건이나 발의됐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면 과연 기업가치가 제고될까?
우선 이사의 입장에서는 주주대표소송이나 배임처벌 가능성이 확대돼 책임이 지나치게 가중된다. 따라서 신규투자나 인수합병(M&A) 등 모험적 결정보다는 보수적인 경영에 치중해 기업의 장기 성장을 저해하고,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밸류업을 저해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 대한상의 조사 결과 상장사 153곳 중 81개사(52.9%)가 상법 개정시 M&A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지배주주도 주주고,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 간에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정은 없기 때문에 이사들은 어떤 문제도 쉽사리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의견이 대치되는 경우 무조건 소액주주들의 의견대로 결정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경영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밸류업은 기업만 노력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부동산 등에 쏠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고 일부 투자자들의 단타매매 행태도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달리 주식 장기보유에 대한 세제혜택이 없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누진 과세하는데, 이처럼 자본시장 투자에 불리한 제도에 대한 개선책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기업이 배당을 늘리려고 해도 제도적으로 막힌 부분도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투자·상생협력촉진세는 기업이 이익을 사내에 유보하는 경우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함으로써 기업의 재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배당도 유보금과 똑같이 취급해 배당을 늘리면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이대로라면 밸류업을 하려고 배당을 늘리는 기업은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규제에 대해서도 개선 논의가 없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정부가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를 통한 밸류업'이라는 구호에 매몰돼 오히려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결과적으로 밸류업을 저해할 수도 있는 규제까지 도입을 검토하고, 반대로 배당과 투자 유치에 불리한 제도개선은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밸류업을 통해 우리 기업들과 자본시장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자는데, 향후에는 좀 더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밸류업의 방식도 밸류업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팀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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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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