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 주 국제정세 [PADO]
북한의 압록강 수해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해지를 직접 시찰했고,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이번 수해 사태로 수 천명의 사망자, 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재산 피해도 문제가 되지만 앞으로 방역 문제도 북한 당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수해가 있고 나면 역병이 창궐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북한 당국에 방역 관련 장비나 약품 등이 충분히 없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향후 적십자위원회나 UN 등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압록강 수해로 북한이 일본, 미국과 접촉할 기회를 갖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가급적 한국에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한국에 대해 '선긋기'를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보복작전으로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중 한 명인 이스마일 하니예, 작년 10월 기습공격을 주도했던 하마스의 최고 군사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 헤즈볼라의 최고위 군사지도자 푸아드 슈크르가 사망했습니다.
이스마일 하니예는 이란의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중이었는데 폭사했습니다. F-35스텔스 전투기의 정밀폭격 또는 드론 공격에 의해 사망했다는 추측이 있는데,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하니예의 숙소에 미리 폭발물을 설치해뒀다가 이번에 폭발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스라엘 당국의 암살 0순위에 올라있었던 데이프도 얼마전 이스라엘측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이스라엘 당국이 발표했습니다.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 슈크르의 폭사(레바논 베이루트)는 헤즈볼라가 골란고원의 '축구장'을 로켓으로 공격해 12명의 청소년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보복에 따른 것이라고 이스라엘 당국이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데이프, 슈크르 사망에 대해서는 공식 발표를 했고 보복의 이유를 설명했는데, 이란 테헤란에서 사망한 하니예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과의 확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 가혹한 징벌을 자초했다"며 보복을 시사했습니다.
우리 국내 언론은 대체로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중동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측과 외교적 타결에 도달할 명분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즉, 작년 10월의 기습공격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을 대체로 제거했고 이제 남은 하마스 지도자들과 가자지구 평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습니다. 사망자가 4만명이 넘어선 가자지구 주민들도 신속한 평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스라엘이 보여준 표적만 정밀 타격한 공격은 모사드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작년의 기습공격을 예측하지 못하고 이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세계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명성이 훼손되었는데, 이번 작전을 통해 명예를 되찾게 되었다는 평가입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이란이 자국 수도에서 벌어진 하마스 지도자 폭사 사건에 대해 어느 수준으로 보복할 것인가입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보복을 시사한 만큼 보복을 안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이 '확전'의 길로 간다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있습니다. 중동이 혼란해지면 현 미국정부를 맡고 있는 민주당에게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있었을 때는 세상이 평화로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란으로서는 이란에 대해 강경한 트럼프의 당선을 보복과 확전을 통해 도울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하니예 암살공격으로 이란 시민들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형식적인 보복에 그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예상대로 베네수엘라 선거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거리로 뛰쳐나왔고 군대 및 경찰과 충돌해 2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브라질, 멕시코 등의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부도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마두로의 3선을 공식적으로 축하한 나라는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입니다. 앞으로 베네수엘라 국민과 국제사회의 마두로 퇴진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열쇠는 베네수엘라 군이 쥐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고위 장교단과 병사를 구분해서 봐야 하는데, 차베스-마두로로 이어져온 집권세력은 고위 장교단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장성급 자리를 2000개로 늘렸고(베네수엘라보다 훨씬 큰 미국의 2배 규모입니다), 정권에 충성스러운 고위 장교들을 부유층으로 만들어주는 반면 충성심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은 가혹하게 처벌했습니다. 게다가 집권세력은 쿠바가 제공하는 정보를 쥐고 군 장교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고위 장교단은 쉽게 정권에 등을 돌리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국민들의 저항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군부도 마두로를 버릴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군에서 국민 편에 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오히려 일반 병사들입니다. 이들 중 먼저 이탈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이들이 무기를 들고 나와 저항하는 국민과 함께 무장 저항세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베네수엘라는 내전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입니다.
베네수엘라 인구의 4분의 1이 고국을 탈출했고, 그 중 상당수가 중앙아메리카를 거쳐 미국에 불법입국했습니다. 이번에 내전까지 발발하게 된다면 더 많은 인구가 베네수엘라를 떠나 주변국가나 미국 등에서 피란처를 찾게 될 것입니다. 미국으로서는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저항세력에 무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개입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 마두로 등 집권세력이 평화적으로 퇴진할 수 있도록 망명처 마련 등 출구를 찾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미얀마 군정이 '국가비상사태'를 6개월 더 연장했습니다. 미얀마 법에 따르면 '국가비상사태'가 종료되면 일정 기간을 거쳐 총선을 실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미얀마 군정은 현재로선 총선에서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에 '국가비상사태'를 일단 연장시켜 놓은 것입니다. 미얀마 군정은 3년 전에 쿠데타로 민간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하게 되었는데, 현재 민주세력과 소수민족 군대 등의 저항으로 국토의 통제권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미얀마 상황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힘을 잃어가고 있는 미얀마 군부를 무조건 지지할 수 없게 된 중국이 중재에 나서고 있습니다. 닛케이아시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게 총선 실시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6월 말 장군 출신인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고, 열흘 뒤 현 정권 2인자인 소 윈 부사령관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어느 정도 군부정권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 중국은 아웅산 수치 등 민주화세력과도 총선 등 '민정이양' 방법에 대해 논의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동맹세력이 통제하는 말라카해협을 거치지 않고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름길'인 미얀마를 어떻게든 중국 편에 두고 싶어 합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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