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녀와서 성숙해졌다" KBO에서도 못한 10승을…ML 가서 해내다니, 삼성 방출 외인의 대반전
[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출신 우완 투수 벤 라이블리(32·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메이저리그에서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3년간 시즌 10승 고지를 못 밟았는데 방출로 떠난 뒤 3년 만에 메이저리그에서 10승 투수가 됐다.
라이블리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클리블랜드의 10-3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0승(6패)째.
1회 콜튼 카우저와 거너 헨더슨에게 2루타 2개를 맞고 첫 실점했지만 2~3회를 실점 없이 막은 라이블리는 4회 앤서니 산탄데르에게 솔로 홈런으로 1점을 추가로 내줬다. 하지만 이후 7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면서 6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볼티모어 강타선을 제압했다.
총 투구수 최고 시속 91.5마일(147.3km), 평균 89.6마일(144.2km) 포심 패스트볼(32개) 외에도 싱커(18개), 스위퍼, 체인지업(이상 13개), 커브(11개), 슬라이더(3개) 등 6가지 구정을 고르게 섞어 던졌다. 공은 빠르지 않지만 지저분한 볼끝과 다양한 구종, 공격적인 승부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이날까지 라이블리는 올 시즌 19경기(105⅓이닝) 10승6패 평균자책점 3.42 탈삼진 90개 WHIP 1.15를 마크했다. 데뷔 첫 10승과 100이닝을 돌파하면서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클리블랜드(66승42패 승률 .611)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다.
라이블리는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 2019~2021년 3년간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였다. 2019년 8월 대체 외국인 선수로 시즌 중 합류한 뒤 2021년 어깨 부상으로 방출돼 떠날 때까지 3시즌 통산 성적은 36경기(202⅓이닝) 10승12패 평균자책점 4.14 탈삼진 191개 WHIP 1.17.
좋은 구위에도 불구하고 기복이 있는 편이었다. 무엇보다 옆구리, 손가락, 어깨 등 잦은 부상으로 풀타임 시즌 소화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난 뒤 라이블리는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2022년을 트리플A에서 풀타임 선발로 보내 건강을 찾았고, 지난해 5월 빅리그에 콜업돼 19경기(12선발·88⅔이닝) 4승7패 평균자책점 5.38 탈삼진 79개 WHIP 1.37로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 후 FA로 풀린 라이블리는 클리블랜드와 1년 75만 달러에 계약하며 이적했다.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4월 중순 에이스 셰인 비버가 팔꿈치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되자 대체 선발 기회를 잡았다. 이후 18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하면서 10승 고지도 밟았다.
한국에선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 시간이 라이블리의 커리어에는 큰 전환점이 됐다. 지난 1일 지역 방송 ‘뉴스5 클리블랜드’와 인터뷰를 가진 라이블리는 한국 시절을 돌아보면서 “좋은 기회가 생겨 한국에 갔는데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많은 투구를 할 수 있었고, 온전히 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나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며 성숙해질 수 있었고, 그 모든 게 이어져 지금의 내가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블리는 “한국에는 통역사가 있고, 외국인 선수 몇 명이 함께하지만 말 그대로 나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해야 했다.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리셋할 수 있었고, 미국에 돌아온 뒤에는 나를 괴롭히던 것들을 없앨 수 있었다. 예전에는 경기 중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불만을 품거나 좋아했다. 지금은 홈런을 맞더라도 빨리 잊고 넘어간다. 다음을 생각하며 조정한다”고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2022년 1년간 내내 트리플A에서 보냈지만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야구를 즐겼고, 지난해 빅리그 콜업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제는 지구 1위팀 핵심 선발로 신분이 바뀌었다. 라이블리는 “사람들이 나를 믿고 의지하는 것이 좋다. 매 경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매일 무엇을 조정할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준비해서 작은 목표부터 달성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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