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무능이 부른 ‘화성 참사’ [세상에 이런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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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4일 리튬 배터리를 생산하는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노동자 23명이 사망했다.
노동 현장 위험의 외주화·이주화가 어제오늘 일이 아닐 텐데 우리는 왜 이런 참사를 막아내지 못한 것일까? 위험의 외주화·이주화를 막아낼 법이 없는 것일까? 일터 안전의 책임 부처인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6월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파견제도가 현실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작동해야 한다. 정부 지침이 나가야 하는데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려 개선이 안 된다"라며 법과 제도를 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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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4일 리튬 배터리를 생산하는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노동자 23명이 사망했다. 37초 만에 23명이 사망한 화재 사고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산재 사망사건이 충격적인 특집 뉴스가 아니라 그저 단신으로 처리될 만큼 일상이 된 우리 노동 현장은 ‘위험의 외주화’ ‘위험의 이주화’로 표현되어왔다. 아리셀 참사 현장 노동자 103명 중 53명이 아리셀 소속이 아닌 일용직(파견직)이고, 사망한 노동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은 이 표현이 적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노동 현장 위험의 외주화·이주화가 어제오늘 일이 아닐 텐데 우리는 왜 이런 참사를 막아내지 못한 것일까? 위험의 외주화·이주화를 막아낼 법이 없는 것일까? 일터 안전의 책임 부처인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6월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파견제도가 현실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작동해야 한다. 정부 지침이 나가야 하는데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려 개선이 안 된다”라며 법과 제도를 탓했다.
그러나 55년 전 청계천 방직공장 노동자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라’가 아니라 ‘준수하라’고 외친 것처럼 우리는 그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준수되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아리셀 현장은 어떠했는가? 위험물질인 리튬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2021년부터 4차례 화재가 발생했지만, 방염 대피로가 갖추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단속은커녕 위험성 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해 산재보험료 감면까지 해주었다. 일터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산업안전보건법 등은 준수되지 않았고 관리·감독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무능했다.
파견직·일용직 노동자 관련 근로자파견법은 제대로 준수되었는가? 모든 법은 이해관계 타협의 산물이다. 일단 만들어진 법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것은 법 개정이 어려운 근거는 될 수 있어도 법 집행이 느슨함의 핑계가 될 순 없다.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파견이 제한된 직접 생산공정 업무에서 상시 업무인 검사·포장 일을 하고 있었음에도 고용노동부는 사전에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주무 부처 장관은 자신의 무능이 아닌 이해관계 대립을 운운하며 법과 제도를 탓했다.
고용노동부는 자신의 무능부터 점검하라
위험의 이주화는 또 어떠한가? 외국인 근로자고용법은 매년 1회 이상 외국인 근로 고용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에 따라 지도·점검을 해야 할 의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부여했다.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언론보도로 세상에 알려질 때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도·점검 사업장 수를 늘렸다고 말하지만 2023년 한 해 동안 점검한 수는 고작 5500여 개, 전체 고용허가 사업장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용노동부의 부실 감독으로 위험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주화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이주화로 인해 발생한 화성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사회적 재난이다. 재난이 발생한 이후에 대책을 마련한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과분하다. 고용노동부는 법과 제도를 탓하는 비겁함에서 벗어나 법이 현장에서 준수되지 않는 무법천지를 묵인한 자신들의 무능을 점검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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