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활' 전사 DNA 깨우는데 기업들 '찐사랑' 있었다
양궁, 펜싱, 사격 뒤에 기업의 꾸준한 지원有
비인기종목 '키다리 아저씨'…기업 사회적 공헌, 사명감 부합
2024파리 올림픽에서 '총','칼','활'로 대표되는 무기종목에서의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전사의 나라', '전투 민족' 등의 표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이 모두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있던 상황인 만큼, 양궁과 펜싱, 사격 등 비인기 종목에서의 활약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여기에는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끈기는 물론 이들 종목을 꾸준히 지원해 온 재계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
88년부터 시작된 금메달 행진…10연패 역사와 동승한 현대차
한국 여자 양궁은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을 걸며 10연패 신화를 달성했다. 남자 양궁 역시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3연패 기록을 세웠다. 기록만 보면 명실공히 세계정상이란 걸 부인할 수 없지만, 쉽게 얻어질 수 있는 당연한 결과는 아니다.
치열한 훈련과 공정한 선발 방식,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전략분석과 양궁을 40년간 체계적으로 후원해 온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부터는 정의선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연임하며 양궁 협회를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양궁 사랑은 보여주기나 홍보용이 아닌 '찐'이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도쿄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이번 파리올림픽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훈련 장비 기술지원부터 축구장 소음훈련을 비롯해 파리 현지에서의 식사, 휴게 공간, 전용 훈련장 등까지 챙겼다.
파리대회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하기도 했다. 연습 과정 중에는 현대차그룹이 개발해 제공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를 계속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해 완벽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어디에서든 활 장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를 개발해 적용했다.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도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펜싱 종주국에서 상대 허 찌른 '뉴 어펜저스'
펜싱과 어벤저스를 합친 '어펜저스'의 활약에 세계인이 '심쿵'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펜싱은 2000년부터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서 다른 종목에 비해서는 늦게 빛을 발하면서 '막내' 효자쯤 되지만 이번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효자 종목으로서의 입지를 제대로 굳혔다.
오상욱·구본길·도경동·박상원의 어펜저스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2012년을 시작으로 올림픽 3연패(2012 런던·2020도쿄·2024파리, 2016 리우 대회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제외)를 달성했다.
펜싱 종목 단체전 3연패는 아시아 국가로서 우리가 유일하다. 특히나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얻은 쾌거라 파리올림픽에서의 메달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한국 펜싱이 세계 최강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SK텔레콤의 묵묵한 후원이 있었다. SK텔레콤은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뒤, 20년 넘게 펜싱 종목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이 대한펜싱협회 등을 통해 지원한 누적 금액만 약 300억원에 이른다.
지원은 그야말로 물심양면으로 이뤄졌다. 파리 올림픽을 위해 진천선수촌에 올림픽 경기장과 같은 규격의 경기대를 만들고, 관중 함성과 경기장 조명까지 동일한 조건을 맞춰 훈련하도록 했다.
또 파리 현지에 훈련 파트너 선수단 7명 등 별도 전담팀을 파견하고, 전력분석관을 증원하는 등 경기력 향상을 위해 지원했다. 파견된 의무 트레이너 2명은 24시간 내내 선수들의 컨디션을 면밀히 관리하도록 했다. SK텔레콤과 펜싱협회는 현지 지원을 위해 올해 초 올림픽 펜싱 경기장 인근 호텔을 선점하기도 했다.
머스크,CNN까지 사로잡은 韓 사격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사격 선수들은 말 그대로 '메달 사냥'에 나섰다. 최근 CNN과 일론머스크 등이 찜했다는 김예지 선수를 비롯해 한국의 역대 하계 올림픽 최연소 선수 금메달 기록을 세운 반효진 선수, 금메달 리스트 제주의 딸 오예진 선수, 한국에 첫 메달을 선물한 공기소총 10m 혼성의 박하준·금지현 선수 등 사격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과를 냈다.
사격에도 '키다리 아저씨' 한화그룹이 있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선수가 소속팀을 찾지 못하자 한화갤러리아사격단을 창단해 지원한 것에서 김승연 회장의 사격 지원이 시작됐다.
한화그룹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아 한국 사격을 위해 20여 년 동안 2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2008년부터는 국내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매년 열며 선수배출에도 힘을 쏟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대한사격연맹 회장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한화그룹이 깔아온 기반 아래 사격이 이만큼 성장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포스코는 1985년부터 대한체조협회 회장사를 맡아 체조 종목 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금을 지속적으로 늘려오며 양학선 등 세계적 기량의 스타 선수들을 도왔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대한수영연맹 및 대한빙상경기연맹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선수들의 전지훈련 및 각종 대회 출전을 지원하고 있다.
비인기 종목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경제적 지원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 후원은 선수들에게도 천군만마와도 같다. 기업의 지원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비인기종목들의 저변을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림픽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삼성…흥행대박 '빅토리 셀피'
삼성전자는 IOC 최상위 스폰서 TOP(The Olympic Partner) 15개사 중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이건희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올림픽 후원을 하고 있다. 삼성의 후원은 브랜드 마케팅을 넘어 한국 대표 기업으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선대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1997년 IOC와 글로벌 후원사인 TOP(The Olympic Partner) 계약을 체결하고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활동해 왔다.
올림픽 공식 후원을 개시한 직후인 1999년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31억 달러(약 4조3000억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2023년에는 세계 5위인 914억 달러(약 126조5800억원)로 약 30배 가까이 성장하는 효과도 봤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최초로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 파리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이 '갤럭시 Z 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 등이 전해지면서 마케팅 효과까지 톡톡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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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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