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이상일 용인시장 "발상 전환+실행력으로 승부"
길이 줄여 복선으로 추진, 사업성 향상
국가산단+신도시 유치로 '시너지' 기대↑
이웃 시장 찾아가 차량기지 '걸림돌' 제거
'경기남부광역철도' 아이디어 모아 시동
"매머드급 新개발부지, 광역시 도약 엔진"
"비전 사업 매듭짓기 위해 '재선' 도전"
"노선만 길면 뭐합니까. 경제성이 떨어지는데… 그래서 실패했던 겁니다."
이상일(62·국민의힘) 용인특례시장은 교통에 진심이다. 거미줄 철도노선부터 전국 최초로 공약한 L자형 반도체 고속도로까지, 용인의 미래 먹을거리인 첨단산업단지 구축과 신도시 조성을 위해 '혈관'을 심겠다는 각오다.
첫째는 '경강선(인천 송도~강원 강릉) 연장'이다. 지난 민선7기 당시 사업이 답보 상태에 놓이게 만든 추진 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게 과제였다.
핵심은 기존 사업계획의 경제적 타당성을 끌어올리는 것. 이 시장은 노선 길이와 형태에 주목했다. 경기 광주에서 갈라져 용인을 거쳐 안성까지 이어지는 길이가 57.4㎞로, 단선철도여서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었다.
이에 그는 취임 직후 방세환 경기 광주시장부터 만나 협의 물꼬를 트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3월 두 지자체는 타당성조사 진행 등으로 공동 대응하자며 손을 맞잡았다. 이를 통해 광주역에서 분기해 용인 모현읍을 거쳐 이동·남사읍으로 이어지는 37.97㎞의 복선 노선을 발굴했다.
그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0.92로 기존보다 높아졌다. 사업의 실효성 판단 기준인 B/C값 0.7을 넘기면서 제5차 국가철도망계획 반영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이 시장이 그린 노선 방향은 민선8기 들어 확정·발표된 대규모 반도체 국가산단과 배후 주거단지와 맞닿아 있어 향후 사업성을 더 높이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시장은 지난달 25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산단을 위해서도 필수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며 "광주시, 안성시 등 인근 지자체는 물론 경기도, 국토교통부와 긴밀히 협의해 반드시 (국가철도망계획 반영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생각 바꾸고, 과감하게"…철도 확장 '걸림돌' 제거
다음은 '경기남부광역철도'다. 애초 수서차량기지를 받는 조건으로 서울 3호선 10칸짜리 전철을 끌어오는 사업이 추진돼 왔지만, 차량기지 부지를 어디로 하느냐가 걸림돌이었다.
취임 후 이 시장에게 번뜩인 게 노선 확장이었다. 사업 참여 지자체를 늘려 새로운 차량기지 부지를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그러고는 정명근 화성시장과 상의했다고 한다.
이 시장은 "정 시장과 만나서 '화성시가 크게 발전하는 도시이니 노선을 화성까지 연장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며 "정 시장이 흔쾌히 동의해 용인ㆍ수원ㆍ화성ㆍ성남 시장 4명이 손을 맞잡게 됐던 것"이라고 돌이켰다. 정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점을 감안하면, 지지부진하던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정파를 초월한 행보였다.
이 때부터 사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는 화성까지 노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차량기지 건설 가능 부지도 언급됐다"며 "민선7기의 3호선 연장 추진 때 빠졌던 화성시가 함께 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던 3호선 연장 사업을 살렸고, 대안노선까지 검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오 시장이 돌연 수서차량기지를 옮기지 않고 복합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해 3호선 연장의 명분이 사라질 위기도 있었지만, 차량기지 부지를 잠정 확보하면서 4개 시가 발주한 연구용역을 통해 대안인 경기남부광역철도 구상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게 이 시장의 설명이다.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역에서 시작해 수서와 성남~용인 신봉동·성복동~수원 광교를 거쳐 화성 봉담읍에 이르는 50.7㎞ 노선이다. 4개 시의 공동 연구용역에서 B/C값이 1.2로 사업성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됐고, 3호선 연장안 대비 사업비는 62%(5조 2750억 원), 운영비는 42%(624억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은 "모두 발상의 전환 덕분"이라고 했다.
"매머드급 新개발부지, 광역시 도약 엔진…재선 도전"
용인의 미래 비전에 대해서는 "이젠 특례시를 넘어 '광역시'로 가야한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이와 관련해 지역 내 새롭게 확보하게 될 대규모 개발부지를 '신성장 엔진'으로 지목했다.
먼저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에 따라 확보하게 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대상지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에도 이 시장은 인접 지자체 시장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협의해, 45년간 용인시 도시개발 확장을 가로막았던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결정(내년 1~2월 예정)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이 시장은 "오산시의 1.5배, 수원의 절반 이상 규모 땅이 규제에서 풀리면 엄청난 개발 용지를 확보하게 된다"며 "용인의 부도심 수준으로 자리매김해 광역시급으로 거듭나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첩규제 해제를 추진 중인 포곡읍 수변구역도 있다. 수질보전 대책 마련 등 환경부 승인 절차를 거쳐 처인구 포곡·모현읍 등 축구장 540개와 맞먹는 수변구역 386만㎡에 묶여 있는 규제가 8월쯤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광역시를 염두에 둔 공간구조를 계획해야 한다는 취지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환경적인 보완 대책들만 잘 다듬으면 반도체 산단 주변으로 연계해 도시의 격변이 일어나게 된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국내 최초의 반도체 고속도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성과를 내왔고, 첨단 산단 확장으로 지역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 왔다"며 "더 통 큰 도시 혁신을 위해 공무원노조가 선물해준 신발 끈을 꽉 조여 매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용인시 공무원노조는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를 비롯한 각종 현안사업 해결과 공무원 처우 개선 등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이 시장을 극찬하는 공식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최근 노조는 '아직 할 일이 많다'는 뜻으로 이 시장에게 운동화를 선물했다. 단체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는 노조로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화답하듯 이 시장은 "여러 사업들을 벌려 놓은 만큼, 2년 뒤 '결자해지'의 각오로 용인시 최초의 재선 시장에 도전하겠다"며 일찌감치 지방선거 출마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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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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