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0.5%p 금리인하 빅스텝으로 전환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경기 둔화에 맞서 가파른 금리 인하로 궤도를 수정할 것이란 전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 노동부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서 신규 취업자 수가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돈 데다 실업률은 약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전날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지수 하락 확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예상 밖 증가 등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2일에 발표된 7월 고용동향은 9월 0.5%p 인하를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 일부에서 제기되는 미 경기 침체 우려는 과장됐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1일부터 계속해서 파월 의장의 낙관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경제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ISM이 발표한 7월 제조업 지수는 46.8로 시장 전망을 밑돌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이미 기준선 50을 밑돌며 제조업 경기 둔화를 예고한 6월에 비해 1.7p 더 떨어졌다.
같은 날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24만9000명으로 1주일 전 23만5000명에 비해 1만4000명 늘었다.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2일 노동부의 7월 고용동향은 시장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 미 신규 취업자 수는 18만5000명 예상을 크게 밑도는 11만4000명에 그쳤다.
실업률도 한 달 사이 0.2%p 올라 4.3%로 뛰었다. 2021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로디아 샴이 제시한 이른바 '샴의 법칙'이 회자되고 있다.
샴에 따르면 3개월 평균 실업률이 1년 전 3개월 평균 저점보다 0.5%p 이상 오르면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
지난 석 달 미 실업률 평균은 4.13%로 지난해 3개월 평균치 저점 3.6%에 비해 0.53%p 높다.
샴의 법칙으로 보면 미 경제는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샴은 그러나 미국이 경기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샴은 이민이 급속히 증가하는 등 팬데믹 이후 노동 공급에 변화가 일어난 터라 샴의 법칙이 노동 시장 약세 흐름을 과장되게 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샴은 미 실업률이 아직은 역사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오르고 있고, 매월 늘어나는 일자리 역시 역사적 기준으로는 탄탄하지만 하강 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제 연준이 올해 남은 세 차례 FOMC에서 세 번 모두 금리를 내릴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금리 인하를 단행했어야 한다는 아쉬움 속에 남은 세 번의 FOMC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 인하 폭이 0.5%p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 이제 대세가 됐다.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다음 달 17~18일 FOMC에서 0.5%p 인하 확률이 71.5%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주일 전 11.5%, 전날 22% 수준에서 대폭 늘었다.
반면 0.25%p 인하 전망은 하루 사이 78%에서 28.5%로 크게 위축됐다.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연준이 최소한 한차례 0.5%p 금리 인하를 포함해 올해 남은 세 차례 FOMC에서 매번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모두 0.75%p 내린다는 예상은 10.5%, 1.00%p 인하 전망은 41.4%였다. 1.00%p 인하부터는 0.5%p 인하가 포함된다.
또 0.5%p 인하 두 번에 0.25%p 한 번을 예상하는 1.25%p 인하 전망도 40.5%에 이르렀다.
또 남은 세 번 FOMC마다 매번 0.5%p 금리를 내릴 것을 상정하는 1.50%p 인하 전망은 하루 사이 '제로'에서 7.6%로 높아졌다.
한편 이날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2%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한 가운데 나스닥 지수는 전고점에 비해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장'에 들어섰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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