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로 유도 최중량급 역사 새로 쓴 김민종 “아직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했다… 새 역사는 LA에서 금메달로 다시 쓰겠다”

“너무 아쉽습니다. 아직은 아쉬움만 남는 것 같아요.”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전을 마치고 믹스트존에서 들어선 김민종(23·양평군청)은 아쉽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가 얼마나 간절하게 올림픽 금메달을 원했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소감이었다.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김민종 선수가 2일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토너먼트 금메달 결정전 프랑스의 테디 리네르와의 경기를 패배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유도의 최중량급 간판인 김민종의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이 끝났다. 김민종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100㎏ 이상급 결승전에서 ‘프랑스 영웅’ 테디 리네르(35)에게 허리후리기로 한판패 당했다. 목표로 했던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결승 진출과 은메달만으로도 한국 유도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유도 최중량급 선수로는 최초로 따낸 은메달이다. 그동안 역대 올림에서픽 최중량급 메달은 남자부의 경우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와 1988년 서울 대회의 조용철, 여자부는 2000년 시드니 대회의 김선영이 수확한 동메달뿐이었다.

이번 파리 올림픽 프랑스 선수단의 개회식 기수였던 리네르는 세계선수권에서만 역대 최다인 11차례 우승, 2012 런던과 2016리우에서 금메달을 따낸 유도 역사상 최고의 최중량급 선수로 꼽힌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전에서 김민종이 프랑스 테디 리네르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김민종 선수가 2일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토너먼트 금메달 결정전에서 프랑스의 테디 리네르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최중량급 ‘G.O.A.T’('Greatest Of All Time')이자 신장 203cm인 리네르를 상대로 신장 184cm의 김민종은 신체적 불리함을 딛고 분전했지만, 리네르의 관록에 무릎을 꿇었다. 득점없이 맞서던 중 정규시간 종료를 16초를 남겨두고 허리후리기를 허용했다. 리네르는 김민종의 오른쪽 어깨를 잡더니 기습적으로 오른다리를 걸어 김민종을 공중에 띄워 매트에 꽂아버리며 한판승으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김민종 선수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이날 경기가 열린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은 리네르를 응원하기 위해 프랑스 유도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 일방적인 응우너을 보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관중석에 자리했다.

믹스트존에 들어선 뒤 울먹거리며 아쉬움을 토로했던 김민종이지만, 생애 첫 올림픽이었던 2020 도쿄에선 16강에서 탈락한 반면 3년 뒤 열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선 은메달로 몇 걸음 더 올라갔다. 이에 대해 김민종은 “국가대표라면 당연히 성장해야 한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만 너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메달만으로 최중량급의 새 역사라고 하지만, 아직은 역사를 썼다고 하기엔 숙제가 많이 남은 것 같다. 유도를 시작하면서부터 잡은 목표가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그래서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금메달을 따서 그 종지부를 찍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김민종 선수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토너먼트 금메달 결정전에서 프랑스의 테디 리네르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김민종 선수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뉴스1

김민종이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결승에서 프랑스 테디 리네르에게 한판패 당하고 있다. 뉴시스

김민종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메달은 하늘을 감동시키면 받는다’라는 말이 뇌리에 박혔다며 하루하루 하늘을 감동시키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메달을 땄지만, 은빛 색깔은 김민종에겐 아쉬운 결과다. 그는 “부모님만 감동시킨 것 같다. 아직은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한 것 같다”라면서 “이번 패배가 LA로 가는 4년 동안에 큰 힘이 될 것같다. LA에서는 반드시 하늘을 감동시켜 금메달을 따겠다. 이번 올림픽에서 하늘을 감동시키는 법은 좀 배운 것 같다. 확실하게 감동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김민종 선수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유도 남자 +100kg 토너먼트 금메달 결정전에서 프랑스의 테디 리네르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이날 프랑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김민종을 흔들지 못했다. 그는 “프랑스 여자 선수가 경기할 때 들려오던 프랑스 관중들의 소리를 듣고 ‘진짜 좀 크긴 크구나’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래서 ‘이 응원 소리는 나를 위한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리네르 선수와 맞붙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응원소리가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