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진숙 탄핵, 北오물풍선 유사” 野 “정권 행태가 오물”

이상헌 기자 2024. 8. 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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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방통위장 탄핵안 통과 정면충돌
대통령실 직접 나서 “反헌법적”… 野 “부패인사 1초도 놔둬선 안돼”
여권 “李, 공영방송 이사 선임 해결… 헌재판결 기다려 탄핵 악순환 매듭”
이진숙, 탄핵안 가결전 “건강상 이유” 과방위 불출석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마련된 증인석 중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승인 못 한다”고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탄핵할 사람을 오늘 불러 질의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맞섰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상대를 향해 “오물 탄핵” “정권 행태가 오물” 등 거친 말까지 주고받으며 정면 충돌했다.

특히 대통령실에선 정혜전 대변인이 직접 “임기가 끝나는 공영방송 이사진 후임을 적법하게 임명한 것 말곤 없는데 이 같은 무도한 탄핵이야말로 반헌법적 반법률적 행태”라는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상식적인 탄핵 남발을 정면 돌파해야 할 시점에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부패 비리 혐의자인 이 위원장은 1분 1초도 방통위원장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며 “이 위원장을 앞세워 ‘가미카제’(자살 특공대)식 인사 테러를 자행했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의 탄핵 공세에도 이 위원장은 전임 방통위원장들과 달리 사퇴하지 않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정면 충돌로 ‘방통위 정상화’가 불투명해지는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 대통령실 “눈 씻고 봐도 어느 하나 상식적인 것 없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에 민주당을 겨냥해 “임명 하루 만에 위원장을 탄핵하질 않나, 근무도 하기 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들을 다음 주 국회에 부르겠다고 하질 않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어느 하나 상식적인 게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 위원장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라는 여권의 목적은 이미 해결해줬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방문진은 MBC 사장 인사권을 쥐고 있다. 이달 안에 방문진 이사회는 현 안형준 MBC 사장 해임 및 새 사장 선임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이 위원장의 역할은 끝났다는 취지다. 앞서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이상인 전 부위원장은 야당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사퇴한 바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꼭 방문진 이사 선임 등을 해결해서가 아니다”라면서 “EBS 이사진 선임이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등 주요 정책들에 대한 ‘일시 멈춤’ 부담을 감수해서라도 헌정 사상 초유의 ‘야당 폭주 릴레이’를 한 번은 끊고 가야 한다는 게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여권에선 헌재가 이 위원장 임명 하루 만에 발의된 탄핵안을 인용할 가능성이 낮고 심판 기간도 짧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안에 대한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 논란에 대한 책임은 야당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 민주당 “대통령실이 이사 명단 찍어 내려”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은 이 위원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여론전에 나섰다. 황정아 대변인은 “83명의 이사 후보들을 2시간도 채 안 돼 심의하고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한 사람당 1분 30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심사해 놓고 정상적인 선임 절차라고 주장하느냐. 대통령실이 이사 명단을 찍어 내렸다는 제보까지 터져 나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9일 ‘방송장악 청문회’를 열고, 이를 동력 삼아 국정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 적절성을 따지면서 이 위원장 탄핵 정당성을 부각하겠다는 의도다. 청문회에는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 28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여야는 이날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 위원장의 불출석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어제 대통령실에서 멀쩡하게 임명장을 받았는데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진단서를 냈다”며 “과방위 회피용으로 ‘가짜 입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이 위원장의 상태는 의사가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며 “최 위원장이 멀쩡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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