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31.4도 역대 ‘가장 더운 밤’

김소영 기자 2024. 8. 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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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사이 최저기온 사상 최고
“피서 왔는데 찜통더위에 현기증 나”
프로야구 43년 역사상 첫 폭염 취소
내주에도 무더위-열대야 이어질듯
《강릉 밤 31.4도… 열대야 언제까지


2일 새벽 강원 강릉시는 31.4도로 한반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일 최저기온을 경신했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초열대야’를 넘어 ‘슈퍼 열대야’라고 할 만한 더위로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강릉시민들은 종일 에어컨을 틀고 생활하거나, 밤마다 고원지대나 해변 등으로 피신하고 있다. 이날 낮에도 폭염이 기승을 부려 경북 경주시는 최고기온이 38.9도까지 올랐고 울산에선 사상 처음으로 프로야구 경기가 폭염 탓에 취소됐다.》


“24시간 한순간도 에어컨을 안 틀고는 지낼 수 없는 지경입니다.”

강원 강릉시 주민 김지연 씨(46)는 2일 “예전에는 더워도 새벽과 이른 오전에는 다닐 만했는데 이제는 하루 종일 찜통이라 가급적 밖에 안 나간다”며 “에어컨을 종일 틀다 보니 벌써 전기요금이 두렵다”고 말했다.

강릉의 이날 최저기온은 오전 3시 반경 31.4도로 한반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밤 기록을 경신했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를 넘어 ‘슈퍼 열대야’라고 할 만한 더위에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저녁마다 고원지대나 바닷가, 계곡으로 피신하는 상황이다.

● 강릉 31.4도, 일본 기록과 동일

2일 기상청에 따르면 강릉에선 1일 밤∼2일 새벽 사이 최저기온이 31.4도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8월 일 최저기온 30.9도를 넘어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일 최저기온이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피서를 온 조국현 씨(58)는 “더위를 피해 놀러 왔는데 찜통더위에 현기증이 날 정도”라고 푸념했다.

강릉에선 밤사이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가 5일째 이어지면서 저녁마다 시민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해수욕장에선 견디다 못해 밖으로 나온 주민과 관광객들이 돗자리를 깔고 새벽까지 잠을 청하고 있다. 고원지대라 기온이 낮은 대관령 옛길과 안반데기 등의 공터나 도로변에는 더위를 피해 차박을 하거나 텐트를 친 이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강릉이 유난히 지독한 열대야에 시달리는 건 바람이 산을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기온이 오르는 ‘푄 현상’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에 부는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태백산맥을 타고 올라갈 때 기온이 낮아졌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기온이 높아지며 고온건조한 바람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또 낮 동안 달궈진 바닷물이 육지에 비해 천천히 식는 것도 열대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반도를 뒤덮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덥고 습한 바람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열대야는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12일째 열대야가 나타난 서울은 1일 밤∼2일 새벽 최저기온이 28.2도로 전날(27.3도)보다 1도 가까이 올랐다.

올여름 한반도의 밤 더위는 인근 국가와 비교해도 기록적 수준이다. 강릉의 일 최저기온 31.4도는 지난해 8월 10일 일본 니가타현에서 기록된 일 최저기온 기록과 동일하다. 또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이중 열 커튼을 치고 한반도를 덮고 있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 열대야가 심한 상황이다.

● 경주 38.9도, 프로야구 경기도 취소

열대야와 함께 한낮의 폭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일 경북 경주시에선 낮 최고기온이 38.9도까지 오르며 올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이날 울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프로야구 경기는 폭염 때문에 취소됐다. 폭염 탓에 경기가 취소된 건 프로야구 43년 역사상 처음이다.

기상청은 다음주까지 찜통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3일 낮 최고기온은 31∼35도, 4일은 32∼35도로 예상되며 대구 지역에선 주말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305명이며 사망자는 6명이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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