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복싱 ‘최초 메달’ 확보한 임애지 “결승전 승리만 생각”

파리=김배중 기자 2024. 8. 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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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을 하기 전에 주변에선 '한 번만 더 이기면 메달을 딸 수 있다'고 했는데 그때 나는 '앞으로 세 경기를 다 이기겠다'고 했다."

이날 임애지는 8강전 승리로 한국 여자 복싱에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새로 남겼다.

임애지는 "내가 한국 여자 복서 중 처음으로 세계 유스선수권 금메달을 따 그때 최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뜻깊었는데 이번에도 한국 여자 선수 최초 타이틀을 얻게 돼 더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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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2024]
8강전 강호 아리아스 상대 판정승
세계유스선수권 이후 ‘최초’ 제조기… 침체된 한국 복싱 자존심 세워
내일 준결승전 패배해도 동메달… “12년전 銀 한순철 코치 한 풀것”
임애지가 2일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8강전 예니 아리아스(콜롬비아)와의 경기를 마친 뒤 판정 때 자신의 팔이 올라가자 기뻐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임애지는 한국 여자 복싱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8강전을 하기 전에 주변에선 ‘한 번만 더 이기면 메달을 딸 수 있다’고 했는데 그때 나는 ‘앞으로 세 경기를 다 이기겠다’고 했다.”

임애지(25)는 2일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 8강전에서 이긴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도착해 이렇게 말하면서 “결승전 승리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임애지는 미리 준비한 오륜기 모양 안경을 쓰고 포즈를 잡는 등 20대의 발랄한 끼도 보여줬다.

임애지는 이날 8강전에서 예니 아리아스(34·콜롬비아)를 판정으로 꺾고 4강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했다. 올림픽 복싱은 3위 결정전을 치르지 않는다. 준결승전 패자 2명 모두에게 동메달을 준다. 임애지가 8강전을 앞두고 남은 세 경기를 다 이기겠다고 한 건 목표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임애지는 8강전 승리로 한국 여자 복싱에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새로 남겼다. 한국 여자 복싱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다. 임애지는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16강전 승리로 한국 여자 복싱에 ‘올림픽 첫 승리’를 안겼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는 한국 여자 복싱 선수 최초의 올림픽 출전자로 이름을 남겼다. 도쿄 대회에선 16강에서 탈락했다. 고교 3학년이던 2017년엔 세계 유스복싱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 복싱 선수 최초의 국제대회 우승이었다. 임애지가 ‘한국 여자 복싱의 파이오니어(개척자)’로 불리는 이유다. 임애지는 “내가 한국 여자 복서 중 처음으로 세계 유스선수권 금메달을 따 그때 최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뜻깊었는데 이번에도 한국 여자 선수 최초 타이틀을 얻게 돼 더 좋다”고 말했다. 또 “한국 복싱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도 좋지만 한국 여자 복서 최초 메달이 더 뜻깊다”고 했다.

이런 임애지도 아리아스와의 8강전을 앞두고는 솔직히 무서웠다고 했다. 전형적인 인파이터인 아리아스는 이번 대회 54kg급에 출전한 22명의 선수 중 2번 시드를 받은 강자다. 실력이 더 낫다고 평가받는 선수일수록 앞 번호 시드를 받는다. 임애지는 8명까지 주어지는 시드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임애지는 경기가 시작되자 빠른 발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상대가 주먹을 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왼손잡이 아웃복서인 임애지는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기회를 엿보며 상대 얼굴에 여러 차례 주먹을 얹었다. 아리아스는 공격 기회를 잡는 데 애를 먹었다.

경기 후 임애지는 “상대가 원래 파워풀한 선수다. 경기 전에 전략을 많이 세웠다. 내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상대의 공격이 엇박자가 되는 걸 보고 경기가 내 페이스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 복싱의 올림픽 메달은 12년 만이다.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60kg급에서 나온 은메달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은메달 주인공이 임애지를 지도하고 있는 한순철 복싱 대표팀 코치(40)다. 임애지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 코치에게 꼭 메달을 걸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8강전 승리로 이 약속은 지켰다. 동메달을 확보한 뒤 “한국 복싱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한 임애지는 이제 4강전과 결승전을 모두 이겨 한 코치 목에 금빛 메달을 걸어주고 싶어 한다.

파리=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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