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침체 공포…코스피 2700선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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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검은 금요일’
한국 증시가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12일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가 금융시장을 휩쓸면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101.49포인트(3.65%) 내린 2676.1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 하락률은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4년 만에, 하락 폭은 2020년 3월 19일(133.56포인트) 이후 4년 5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4.20% 내린 779.33으로 장을 마쳤다.
증시를 끌어내린 건 외국인 투자자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8461억원 어치를,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2조1405억 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국내 대표 수혜주였던 SK하이닉스가 17만32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전일 대비 10.4% 급락했다. 2011년 8월 18일(12.24%)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삼성전자(-4.21%)·현대차(-3.75%) 등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이날 주가 하락은 미국의 제조업·고용 지표의 동반 부진이 도화선이 됐다. 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지난주(7월 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9000건으로 지난해 8월 첫째 주(25만8000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미 공급관리협회가 집계한 7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는 46.8로 시장 예상치(48.8)를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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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한 미국 제조업 PMI는 내용도 좋지 않았다. 제조업 PMI를 이루는 5개 하위 PMI(신규주문·생산·고용·공급배송·재고) 중에 전월과 비교해 수치가 올라간 것은 공급 배송(52.6)뿐이었다. 실제 ISM에 따르면 지난달 PMI 설문 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는 예상보다 경기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음료 및 담배 업종의 한 응답자는 “예상보다 더 매출이 줄었는데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답했다.
제조업은 고용 창출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다. 이 때문에 제조업이 침체하면 고용 감소→소비 여력 하락→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날 발표한 제조업 PMI 중 하위 항목인 고용 PMI는 지난달 43.4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했던 2020년 6월(4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ISM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중에서 직원 감축을 하겠다고 응답한 의견은 채용하겠다는 의견에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예상보다 크게 경기 침체 징후가 나타나면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놓쳤다는 ‘피벗 실기론’도 나온다. 미국 금융 정보업체 바이털놀리지의 아담 크리사풀리 전략가는 “제조업 PMI가 예상치보다 떨어진 것은 경제 성장 여건이 냉각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며 “연준이 7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했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에 인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에 글로벌 주요 지수도 이날 큰 폭으로 내렸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5.81%, 대만 자취안 지수는 4.43% 급락했다. 전일 미국 시장에서도 다우존스지수가 1.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1.37%, 나스닥 종합지수가 2.30%씩 하락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조업지수와 신규 실업수당청구 부진의 여파가 경기 둔화 우려로 퍼지고 있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앞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경기 둔화 또는 침체’라는 공식이 이런 우려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 공포와 금리 인하 기대감에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격은 상승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1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99%까지 하락했다.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수익률)는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미국 노동부는 2일(현지시간) 고용 보고서를 통해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4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 17만5000건을 크게 밑도는 수치로, 12개월 동안의 평균 증가 폭(21만5000명)에 비하면 상당히 둔화한 수치다. 7월 실업률은 4.3%로 6월(4.1%) 대비 0.2%포인트 상승했고, 4.1%를 예상한 전문가 전망치 역시 웃돌았다. 노동 시장이 악화하면서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는 9월 빅스텝 확률이 하루 새 22%포인트 상승해 61.5%로 높아졌다.
안효성·김남준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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