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이재명이라지만…"당내 성골·진골 나뉘는 느낌"
이재명 90% 득표, 민주당 당원 속내는
현장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7년 동안 권리당원이라는 김태영(45·청주)씨는 “현 정권에 대한 반발심이 크다 보니 이재명 후보로 힘이 모인다”며 “지금은 민주당 내에서 이 후보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권리당원 정모(56·충남)씨도 “검찰이 과한 수사로 이 후보를 괴롭히고 있어서 안쓰럽다”며 “이 후보가 부당한 권력 남용에 굴복하지 않고 싸워줄 수 있는 힘센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론은 ‘이재명’이었지만 미묘함도 있었다. “오랜 시간 당원을 하면서도 이 정도로 일방적인 지지는 본 적이 없다”는 호남 출신 권모(55)씨는 “친명 의원들이 주류를 모두 차지하면서 호남 지역이 밀려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이현경(51)씨의 말은 이랬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져 내려온 민주당의 정신을 이 후보가 잘 계승해줄까 우려스럽다. 다른 계파·지역이라고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과거 민주당을 두고 ‘문재인당’ ‘호남당’ 얘기가 있었지만 더는 아니다. 당원 구조부터 달라졌다. 중앙선거관리위의 자료에 따르면 대선 있던 해인 2017년 말 민주당 당원은 356만여 명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12만여 명이 됐다. 156만여 명이 늘었는데 절반(71만2132명)이 수도권, 그중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단체장을 지낸 경기(38만7133명)에서 증가했다. 호남은 43만6920명 증가한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호남 당원 비중은 35.7%에서 33.3%로 줄고 수도권 비중은 39.4%에서 41.3%로 늘었다.
이 후보의 동원력은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20일 이 후보가 김민석 후보와 동승한 차 안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며 한 말은 이 정도였다.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 난 좀 이해가 안 된다. 제 (당 대표) 선거를 도와주느라 (김 후보) 본인 선거(운동)를 못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이 크다.”
김 후보는 1주 차 경선에서는 12.59%를 기록하며 4위에 머물렀다. 이 후보의 에두른 발언 이후엔 부산·울산·경남과 충남·충북 순회 경선에서 내리 1위를 차지했다. 누적 득표에서도 정봉주 후보에 이어 2위를 달린다. 그 사이 당원들의 커뮤니티에선 “이 후보의 러닝메이트는 김 후보”라는 이야기가 퍼졌다. 이재명 팬카페에서 3년째 활동 중이라는 정모씨는 “이 후보가 김 후보를 언급한 날부터 김 후보 지지 글이 20~30건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후보가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얘기가 당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고 전했다. 실제 해당 팬카페에는 20·21일 사이에 “다른 건 몰라도 수석최고위원은 원내에서 대표를 지원해줄 수 있는 김 후보가 되어야 한다” “이재명 집권의 수석전략가, 김민석을 선택해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일부 반발이 없는 건 아니다. 정봉주 후보를 지지한다는 권리당원 나모씨는 “이재명 일극체제에서 충언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정 후보를) 지지했는데 득표율이 떨어져 아쉽다”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다 보니 그에 반하는 의견이나 인물을 지지한다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재명 팬카페의 회원이라는 40대 정모씨는 “이 후보의 영향력이 큰 건 어쩔 수 없지만 성골과 진골이 나뉘는 느낌이라 아쉽다”고 했다.
시·도당위원장 경선에서 친명(친이재명) 최대 계파로 급부상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가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행보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이 후보의 특별보좌역 출신이자 혁신회의를 이끄는 강위원 후보가 광주시당위원장에 출마한 것을 두고서다. 강 후보는 여러 차례 자질론이 불거진 인물이다. 온오프라인에서 만난 당원들은 강 후보에 대해 말하길 꺼렸다. 자신을 친노계라고 밝힌 20년 차 권리당원 최모씨는 “주류라, 비난을 받아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당원 주권을 강조하는 것에는 동의하나 소수 당원의 의견이 묵살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게 심해지면서 외부에서 소위 ‘개딸’이라고 비난받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 후보를 지지하되 그 밖의 사안에선 입장을 달리하는 그룹도 생겨났다. 일종의 분화다. ‘재명이네 마을’ 팬카페 회원이었다가 지난 5월 탈퇴했다는 정모씨는 “카페 내에서 이재명을 제외한 민주당계 인물을 굳이 언급하지 말자는 분위기이다”며 “다른 민주당계 인물을 언급하면 내분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유모씨도 “웬만한 연예인 팬카페보다 열렬하게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마음은 같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해 탈퇴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의 숲 카페’로 옮겼다는 30대 장모씨는 “재명이네는 민주당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정말 이재명 개인만을 위한 팬덤인 것 같아 조금 더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어 “(재명이네는) 운영진들이 자신들의 마음에 안 드는 소리를 하면 강퇴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모습에 지친 지지자들은 팬카페를 옮기거나 ‘DC인사이드 갤러리’ ‘잇싸(Eastside)’ 등 다른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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