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못쏘면 내가 쏠게"…세계 최강 '텐텐 남매'
파트너가 흔들릴 때마다
김우진·임시현 10점 명중
16강 조기 탈락 위기 극복
독일 6대0 제압하며 2연패
김·임 모두 대회 3관왕 도전
◆ 2024 파리올림픽 ◆
한국 양궁 간판 선수 김우진(청주시청)과 임시현(한국체대)이 2024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매 경기 쉽지 않은 승부를 펼치고도 금메달을 따낸 둘은 한국 양궁의 올림픽 혼성 단체전 2연패를 이끌었다.
김우진·임시현은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 결승에서 플로리안 운루·미셸 크로펜(독일)을 6대0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양궁 혼성 단체전이 처음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때 금메달을 딴 김제덕·안산에 이어 한국 양궁은 이 종목 2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또 이미 남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던 김우진·임시현은 이번 대회 2관왕을 나란히 달성했다.
이번 혼성 단체팀은 파리올림픽 개막 전날인 지난달 25일 대회 양궁 남녀 랭킹라운드 결과를 통해 조합을 이뤘다. 나란히 남녀 랭킹라운드 1위에 올라 자연스럽게 팀을 이룬 둘은 경기 전 서로에 대한 신뢰를 아끼지 않았다. 1992년생 김우진은 자신보다 11살 어린 2003년생 임시현과의 나이 차를 언급하면서 "원래 어린 선수한테 맞춰야 한다. 임시현 선수 말 잘 듣고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임시현은 "우진 오빠의 컨디션이 좋다. 나도 힘을 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금메달을 획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고비마다 둘의 화살이 10점 과녁에 꽂혔다. 김우진·임시현은 16강전에서 조기 탈락할 뻔했다. 대만의 타이위쉬안·레이첸잉과 세트 점수 4대4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다. 슛오프까지 간 상황에서 임시현과 김우진이 나란히 10점을 쐈다. 김우진·임시현은 최종 점수 5대4로 간신히 이겼다.
마우로 네스폴리·키아라 레발리아티(이탈리아)와 8강전에서 김우진·임시현은 첫 세트를 34대38로 내주면서 세트 점수 2점을 선제 허용했다. 그러나 김우진이 2세트부터 4세트까지 6발 연속 10점을 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내리 3세트를 따낸 김우진·임시현은 6대2로 승부를 뒤집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안키타 바카트·디라지 봄마데바라(인도)와 준결승전 역시 김우진·임시현은 첫 세트를 36대38로 먼저 내줬지만 이후 2~4세트를 연달아 따내 6대2로 역전승했다. 임시현이 2세트 첫 발을 10점에 꽂았고, 김우진이 6발 중 5발을 10점에 명중시켰다.
두 명이 나서는 혼성 단체전은 선수들 간의 호흡뿐 아니라 각자의 컨디션이 중요하다. 대한양궁협회는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대회 당일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에게 혼성 단체전 출전 기회를 주기로 하고 랭킹라운드 남녀 1위 선수에게 혼성전 출전권을 부여했다. 나이·경력을 무시하고, 오직 실력만으로 살아남은 선수에게 출전 혜택을 주는 셈이다. 물론 선수들 간 호흡은 평소 훈련을 통해 맞췄다. 양궁 대표팀은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남녀 대표 선수 6명을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해 대표팀 상비군과 실전 훈련을 소화했다. 철저한 준비와 원칙이 더해진 한국 양궁 혼성 단체팀이 올림픽 2연패를 가뿐하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김우진과 임시현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슈팅 로봇'과 실전 대결한 사실도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10점만 쏘는 로봇과 겨룰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던 이들은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그동안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만 통산 금메달 3개를 갖고 있던 김우진은 올림픽 통산 4번째 금메달을 획득해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가 보유한 한국 선수단 하계올림픽 최다 금메달 기록(4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4일 열릴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최다 금메달 기록을 자신의 이름만으로 보유할 수 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3관왕을 달성했던 임시현도 곧장 이듬해 열린 파리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라 한국 여자 양궁 에이스임을 재확인했다. 임시현도 3일 여자 개인전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안산에 이어 두 번째 한국 선수단 하계올림픽 단일 대회 3관왕에 도전한다.
[파리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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