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러닝메이트 지명 초읽기…이르면 5일 낙점
미 권력 서열 2위, 부통령의 정치학
이에 따라 해리스의 러닝메이트 지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해리스는 6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부통령 후보와 함께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따라서 이르면 5일 부통령 후보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는 마크 켈리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와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대선 캠프 검증팀은 이들에게 낙태, 성매매 등 다양한 이슈와 관련된 질문지를 보냈으며, 납세기록은 물론 가족들의 소셜미디어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백인 정치인으로, 유색인종이자 여성인 해리스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수 있는 인물이다. 이중 우주비행사 출신인 켈리 상원의원이 인지도 면에서는 가장 앞선다. 하지만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노동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켈리가 노조 결성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에 대한 지지를 거부하는 등 반노조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오하이오주 출신인 마흔 살의 JD 밴스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고령인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러스트벨트의 표심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밴스의 과거 막말로 인해 잡음이 일고 있다. 밴스는 2020년 11월 한 보수 팟캐스트에서 “무자녀 때문에 사람들이 소시오패스 성향을 더 갖게 되고 궁극적으로 나라 전체가 정신적으로 더 불안정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녀가 없는 미국인들에 대한 모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외에도 밴스는 해리스 부통령을 ‘무자녀 캣 레이디’라고 불러 논란을 일으켰다. 캣 레이디는 가족 없이 혼자 반사회적 은둔 생활을 한다는 비하가 담긴 말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공화당 일각에서는 밴스의 후보 적격 여부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어떤 말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 미국의 부통령은 권력 서열 2위이긴 하지만 평상시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는 통상 자신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인물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마이크 펜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자신이 공화당 내부 정치에 대해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다. 인디애나주 출신의 펜스는 당시 6선의 연방 하원의원과 주지사를 지낸 인물로 당내 사정에 밝아 트럼프와 공화당 유력 인사들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2008년 오바마와 대권 경쟁을 벌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러닝메이트를 잘못 뽑아 낭패를 본 케이스다. 그는 강성인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내세웠으나 그의 막말로 인해 오히려 상당수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했고 대선에서 패배했다.
부통령직은 대통령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때 그 위력을 발휘한다. 대통령 자리를 승계하는 1순위이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리스 부통령도 대통령직을 잠시 맡은 적이 있다. 2021년 11월 1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건강검진을 받는 동안 대통령 권한을 일시적으로 넘겨받았다. 1981년 3월 암살 기도로 총을 맞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수술을 받는 동안 부통령인 조지 HW 부시에게 자신의 권한을 넘겼다.
미국 역사상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 경우는 적지 않다. 주로 대통령이 암살을 당하거나 병으로 사망한 경우다. 존 F 케네디, 에이브러햄 링컨, 제임스 A 가필드,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은 암살당해 부통령이 자리를 승계했다. 병사한 대통령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워런 G 하딩, 재커리 테일러, 윌리엄 헨리 해리슨 등이다. 대통령이 사임해 부통령이 승계한 케이스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직을 맡은 제럴드 포드가 유일하다. 닉슨은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의회에서 탄핵이 예상되자 사임을 선택했다.
부통령을 지낸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냈다. 레이건 정부 때 부통령을 맡았던 조지 HW 부시도 1988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외에도 토머스 제퍼슨, 마틴 밴 뷰런, 존 애덤스 등이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을 맡았던 정치인이다.
부통령은 상원의장도 겸직한다. 법안 의결과 관련해 찬반이 동수일 때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 미국 상원의원 수는 100명으로, 표결 때 찬반이 50대 50으로 팽팽히 맞서기도 한다. 이때 부통령은 상원의장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의결권이 없다. 해리스 부통령은 역사상 가장 많은 33번의 캐스팅 보트를 행사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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