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절반이 법안 심사 ‘0′, 법사위는 정쟁만
22대 국회 개원 후 두 달 동안 전체 상임위원회 16곳 중 8곳은 법안 심사를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국회는 1200억원가량을 썼다. 이 가운데 국회의원 세비(歲費·급여)와 의정 활동 지원, 국회 경호·사무 인력 인건비로 절반 정도가 투입됐다. 그러나 2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6건. 모두 정부와 국민의힘이 강력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 등 야당이 일방 처리한 쟁점 법안들이었다. 이 법안들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모두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막대한 세금을 쓰면서 소모적 공방만 벌이다 법안 처리 실적은 사실상 0건인 ‘생산성 제로’ 국회인 셈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 1인당 25만~3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지원금지급법을, 지난달에는 해병대원 특검법과 방송 4법을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 속에 단독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했고, 다른 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올해 국회 예산은 작년도 예산보다 371억원(5.1%) 늘어난 7677억원이다. 22대 국회가 시작된 5월 말부터 최근까지 약 두 달 동안 1200억원가량이 지출됐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에게는 한 달에 수당 786만원 등 세비와 지원금 등 1인당 2000만원씩, 총 60억 정도가 투입됐다. 여기에 의원실당 최대 9명인 보좌진 인건비와 국회 활동 관련 단체, 의회외교 지원 등에 지출된 예산으로는 40억원 정도가 들어갔다. 국회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국회 사무처 등 국회 관련 기관 공무원 인건비는 한 달에 200억원 정도다. 월 국회 예산 600억원 중 절반가량인 300억원 정도가 의원 의정 활동 지원에 들어간 셈이다. 나머지 예산 절반은 국회 도서관 등 시설 운영비로 쓰였다.
예산을 이렇게 쓰면서 민생 법안을 논의해야 할 국회 상임위는 개점휴업이었다. 전체 16개 상임위 중 운영·정무·기획재정·외교통일·국방·문체·산자·여성가족위 등 8곳은 22대 국회 들어 법안 심사를 한 건도 하지 않았다. 회의를 많이 연 상임위도 민생과는 거리가 있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주도하는 법제사법위는 12회로 상임위 가운데 가장 많은 회의를 열었지만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나 특검법안 등 정쟁형 법안을 주로 논의했다.
민생 법안 심사에 소홀하다는 소리를 듣기는 여당도 마찬가지였다. 법안 심사 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은 상임위 8곳 가운데 6곳은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였다. 이 기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저지하겠다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매달렸지만,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의 강제 종료 표결에 속수무책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이 국정 운영을 주도하지 못하니 필리버스터도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 말하기 기록 세우기’ 행사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했다.
여야 간 극단적 대립이 이어지면서 ‘게임의 룰’ 격인 국회법 개정안만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요건을 강화하거나 1심 재판에서 금고 이상형을 선고받은 의원의 권한을 정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임명권자가 탄핵 소추 대상자의 사표를 접수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 등을 냈다. 고위 공직자들이 탄핵 소추 표결 전 자진 사퇴한 일을 겨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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