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EU 결속 강화… 文때 없애려던 유엔사 역할 커진다
독일이 2일 유엔군사령부의 18번째 회원국(member state)으로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9년 가입 의사를 밝혔으나 거절된 지 약 5년 만이다. 지난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며 힘 빼기에 들어갔던 유엔사가 군사·경제 강국 독일을 받아들이면서 한반도 안정에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유엔사는 평시에는 한반도 정전협정체제를 관리하고 한반도 유사시에는 병력 전개를 담당하는 만큼, 유럽과 인도·태평양 두 지역을 밀접히 연계시켜 자유진영 전체의 안보를 강화하려는 미국과 나토(NATO)의 구상도 실질적 진전을 이루게 됐다.
이날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독일의 유엔사 가입 기념식에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 장관은 “우리 모두는 힘의 법칙(The law of the power)이 아닌 규칙의 힘(the power of law)을 믿는다”며 “우리는 유엔사에 합류해 한반도의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유엔군사령관을 겸하는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독일의 유엔사 합류가 국제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오늘부터 우리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한반도, 동북아시아, 인도·태평양을 위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독일 군은 다국적 연합훈련인 ‘림팩’과 ‘피치블랙’ 등에서 우리 군과 동참해왔다. 이날 한국과 독일 양국 국방장관은 별도 회담을 갖고 향후 인·태 전략, 사이버 안보, 기술협력 등 국방·방산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고 북·러 군사밀착이 강화하는 가운데 유엔사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다자안보기구 역할을 맡기겠다는 미국의 구상이 반영된 것”이라며 “전범국인 독일 입장에서도 국제 평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독일은 이탈리아가 유엔사에서 탈퇴했다가 2013년 재가입한 이후 11년 만의 새 유엔사 회원이 됐다.
유엔사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 이후 유엔 결의로 결성된 다국적 연합군이다. 전쟁 당시 국군과 함께 북·중공군에 맞서 싸웠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는 정전협정 관리와 유사시 한미연합군사령부 전력 지원 임무를 맡고 있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고 유사시 반격에 나서는 주한미군·한미연합사가 군사행동에 방점이 찍혔다면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이행하는 현상 유지·지원 역할이다.
하지만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임무는 막중하다. 중국·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유엔안보리 결의 없이도 유사시 미군과 다국적군의 병력·장비·물자를 한반도에 신속하게 전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전 협정 체결 당일인 1953년 7월 27일 유엔 참전국 대표들은 워싱턴에 모여 한반도 유사시 안보리 결의 없이도 즉각 개입하기로 약속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유엔사 회원 17국 대표는 지난해 ‘한·유엔사 국방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 행위나 무력 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미국은 2014년부터 유엔사 조직·인력·기능을 확대해왔다. 2018년에는 사상 최초로 유엔사 부사령관 자리를 미군이 아닌 외국군 장성에게 맡겼다. 유엔사를 실질적인 ‘다국적 군사기구’로 강화해 한반도 및 역내 안정을 꾀하려는 움직임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유엔사 확대에 힘을 쏟으면서 유엔사 참모부 작전 파트에 처음으로 우리 군 장성급을 투입할 예정이다.
독일의 가입으로 유엔사 회원국은 18국으로 늘어났다. 미국, 영국, 캐나다, 튀르키예, 호주 등 14국은 6·25전쟁 때 전투병을 보냈으며 노르웨이, 덴마크, 이탈리아, 독일 등 4국은 의료지원단을 파견했다. 군 정보 소식통은 “향후 유엔사 회원국은 더 확대될 전망”이라며 “현재 회원국에서는 빠져있지만 6·25에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룩셈부르크 등도 회원국 가입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엔군사령부
1950년 6월 25일 북한 남침 이후 유엔 결의로 결성된 다국적 연합군 사령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는 정전협정 관리와 유사시 한미연합군사령부 전력 지원 임무를 맡고 있다. 유사시 일본에 있는 7개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18개 전력 제공국의 병력과 장비가 한반도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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