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동 무임금’ 원칙 지키자, 노조 스스로 업무 복귀

변희원 기자 2024. 8. 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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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파업, 뭘 남겼나
1일 오전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집행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 중 팔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전삼노는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파업 종료를 선언했다. /전기병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25일간 이어진 총파업은 빈손으로 끝났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부문)이 주력인 전삼노는 지난달 8일부터 임금 5.6% 인상과 성과급 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1일 오후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업에 복귀해달라”며 파업 종료를 선언했다.

전삼노가 ‘창사 이래 처음’이라며 시작한 파업이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한 배경에는 사측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적 대응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집중 교섭에서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체계 개편 등 핵심 쟁점에서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파업 기간 임금 손실을 보전해 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사측이 ‘무노동 무임금’을 내세워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삼성전자 사측의 이번 ‘무노동 무임금’ 대응이 앞으로 기업들의 노조 대응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재계에서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이 노조를 달래기 위해 각종 명목으로 파업 중 임금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경우가 많았고, 노조가 ‘장기 파업’을 하는 빌미가 됐다”며 “삼성전자가 이번에 원칙적 대응으로 노조 파업을 무력화시킨 것이 다른 기업의 노사 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무노동 무임금’에 끝난 파업

결렬의 결정적 이유는 전삼노가 막판에 요구한 ‘삼성 패밀리넷(임직원 전용 구매 사이트) 200만 포인트’였다. 임직원 할인가에 200만원어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전삼노는 자신들의 요구를 일부 양보하는 조건이라고 했다. 회사 측은 사실상 파업 참여로 발생한 임금 손실 보전용이라고 보고 이를 거부했다. 회사 측은 노동조합법 44조에 명시된 ‘무노동 무임금’ 조항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파업이 노조의 권리라면, ‘무노동 무임금’은 회사 측의 대응 수단이다.

노조가 ‘200만 포인트’를 집요하게 요구한 것은 노조원 사이에서 파업 참여로 받지 못한 임금을 받아 달라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리·과장급의 하루 임금은 대략 20만~30만원 정도다. 파업 25일로 계산하면 대략 400만원 안팎이다. 만약 파업이 장기화 돼 한 달을 통째로 근무하지 않는다면, 목표달성장려금(OPI) 등 성과급도 깎이게 된다. 노조는 파업 초반 “나중에 임금 손실을 받아낼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노조원의 참여를 독려했었다. 사측이 ‘임금 보전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경제적 부담을 느낀 조합원들의 참여가 급감했다. 8일 파업 첫날 약 6500명(노조 추산)이던 참여자는 사흘째 350명에 그쳤다. 지난 1일 이재용 회장 집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15명이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고액 연봉자들이 파업을 벌이려면 감수해야 하는 금전적 손실도 그만큼 크다”며 “많은 연봉 때문에 임금 인상 파업을 하기 어려운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직원들 ‘성과급 불만’ 해소는 과제

전삼노의 총파업은 종료됐지만, 삼성전자 노사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회사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올해 상반기 성과급도 경쟁사보다 적은 것에 대한 불만이 직원들 사이에 많다. 지난해 약 1만명에 불과했던 전삼노 조합원이 현재 3만6000명 수준으로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회사와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는 노사협의회에서 임금인상률을 5.1%로 확정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전삼노가 조합원에 한해 6.5% 인상률을 요구하고 성과급 체계 개편을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월 8일 노조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이고 통과가 됐고 전삼노는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사측은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성과급 체계 개편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은 지난 1일 사내 메시지를 통해 “현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OPI 지급률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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