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보험, 질병이력 따라 선택 달리해야

2024. 8. 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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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주치의
고혈압약을 3년째 복용 중인데, 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암특정치료비나 간병인 특약 등이 들어간 보험도 가능하다. 이미 병을 앓고 있다면 보험료가 비싼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다만, 조건이 있다. 건강관리가 잘 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혈압약을 이미 먹고 있어도 건강관리가 잘 돼 있다면 간편보험으로 비싸지 않은 보험료에 가입할 수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이 있거나 고령자라면 보험 가입이 거절될까 봐 혹은, 보험료가 너무 비쌀까 봐 선뜻 보험상품을 알아보기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옛날얘기다. 요즘은 만성질환이 있어도, 나이가 많아도 가입이 가능한 간편보험이 있기 때문이다. ‘유병자보험’이라고도 불리는 간편보험은 질병 이력이 있어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소비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심사를 완화하는 대신 일반보험에 비해 보험료를 높이고 보장을 줄인 상품이다. 가입 절차도 간단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입 건수는 2021년 361만 건에서 2022년 411만 건, 지난해에는 604만 건으로 급증했다.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보험사에서 보는 유병자의 개념 차이를 알아야 한다. 질병의 관점에서 유병자란 현재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험사에서 보는 유병자는 그 개념이 좀 다르다. 현재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서부터 병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보험금 청구 이력이 있는 사람까지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나는 유병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반보험 상품에 가입하려다가 인수가 거절되거나, 할증인수 등의 조건이 붙기도 한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예전에는 질병을 앓거나 앓은 이력이 있다면 보험사에서 손해율을 높일 고객으로 보고 보험 인수를 거절하거나, 할증인수 혹은 부담보인수를 해왔다. 그래서 진짜 보험이 필요한 유병자나 고령자들이 보험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위험이 닥쳤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2005년 금융감독원은 금융 관행 개혁 과제의 하나로 유병자 전용보험 상품개선안을 발표했고, 이후 급속도로 유병자 상품시장이 확대됐다.

간편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심사 문턱이 일반보험보다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보험은 5년 동안의 10가지 질병(암·백혈병·고혈압·당뇨병·협심증·심근경색·심장판막증·뇌졸중증(뇌출혈·뇌경색)·간경화증·에이즈(AIDS) 및 HIV보균)에 대한 입원·수술 등의 이력을 본다. 하지만 간편보험은 1년에서 5년 동안의 5대 질병(암, 협십증, 심근경색, 뇌졸중증, 심막판막증)의 이력만 본다. 또 일반보험은 7일 이상의 투약·치료 이력을 살펴보기 때문에 암과 같은 중대질병으로 입원·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도 만성질환으로 7일 이상 약을 먹었다면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간편보험은 그러나 7일 이상의 투약·치료 등의 항목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들이 다양한 간편보험을 선보이고 있어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초기 간편보험이었던 ‘3·2·5 고지’(3개월 내 의사 필요 소견 여부, 2년 내 입원 또는 수술 여부, 5년 내 중대질병 진단 및 치료 여부 고지) 상품은 인수금액도 적고 사망이나 진단비 위주의 특약으로 구성된 구색 맞추기 상품으로 보험료 수준도 매우 높았다. 점점 유병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판매 건수가 늘면서 간편보험도 3·2·5 단일 유형에서 ‘3·1·5’, ‘3·3·5’, ‘3·4·5’ ‘3·5·5’ 등 다양하게 출시가 되었고, 그 기간에 따라 보험료 수준도 달라져 간편보험 가입자도 중증이나 경증이냐에 따라 가성비 높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3·1·5’ 고지 유형으로 가입한 고객의 경우 계약 체결 이후 1년간 중대질병 진단이나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한 수술, 입원 이력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3·2·5’ 고지 유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

요즘에는 중대한 질병 치료 이력이 있더라도 1년 또는 2년 이내 치료 이력이 아니라면, 이전 병력은 보지 않는 상품부터 5년간 암만 보는 간편보험까지 상품이 다양화되면서 시장이 확대돼 가고 있다. 최근에는 초중증 유병자도 가입이 가능한 3·1·1 고지 유형 상품에서부터 일반형과 크게 다르지 않게 10년 고지하는 3·10·5 고지 유형 상품까지 간편보험의 스펙트럼이 다양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가령 2년 8개월 전 디스크 수술을 한 김모씨는 어떤 간편보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까. 아마도 3·2·5 고지 유형 상품일 것이다. 3·3·5 고지 유형 상품을 선택한다면 3년 내 입원·수술 고지에 해당이 돼 인수가 거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3·1·5 고지 유형 상품도 선택할 수 있지만, 더 저렴한 3·2·5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4년 3개월 전 급성췌장염으로 입원한 박모씨는 어떤 간편보험 상품을 선택해야 할까. 바로 3·4·5 고지 유형 상품이다. 4년 내까지 입원·수술 사항을 고지한다면 급성췌장염으로 입원한 사실은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 만일 더 저렴할 거라고 3·5·5 고지 유형 상품을 선택한다면 가입이 거절될 것이다. 반대로 박씨가 3·2·5 상품을 가입했다면 억울할 수 있겠다. 3·4·5 상품의 보험료가 3·2·5 상품보다 더 저렴했을 테니까 말이다.

이렇듯 질병 이력에 따라 선택하는 간편보험의 상품 종류도 달라져야 한다. 만일 예전에 가입한 간편보험 가입자나 일반보험 할증인수 혹은 부담보로 보험 상품을 가입한 경우에는 현재 기준으로 보험설계를 다시 요청해 보는 것도 좋겠다. 보험사마다 그리고 시기별로 인수에 대한 한도가 달라지고 심사과정의 유연성이 커지고 있어서 더 좋은 조건과 금액으로 보험을 구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요즘은 보험가입 이후 아프지 않고 건강관리를 잘한다면 보험료를 매년 할인해 주는 형태의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어차피 준비해야 하는 노후 의료비인데 미루다가 보니 이미 아파서 보험료가 비쌀 거라고 걱정이 된다면 매년 건강관리 상황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형태의 상품도 관심을 가져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건강한 사람이 간편보험으로 가입한다면 불필요한 보험료를 더 지출할 수 있다. 일반보험 대비 간편보험은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건강에 걱정이 되더라도 일반심사보험으로 가입을 먼저 알아보고, 만일 거절이 된다면 다시 간편보험으로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먼저 일반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

홍승희 머니랜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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