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달라 했는데 안 줘” 60대 女 미화원 살해
서울 한복판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60대 여성 환경미화원을 살해한 7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일 오전 5시 10분쯤 서울 중구 숭례문광장 앞 지하도에서 환경미화원 조모(64)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남성 이모(71)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작년 5월부터 알고 지내던 조씨에게 물을 달라고 했으나 조씨가 “물이 없다”고 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이씨는 “조씨가 평소부터 쌀쌀맞은 태도로 나를 무시한다고 느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2일 오전 5시 10분쯤 ‘누군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 감시카메라 영상을 분석, 사건 발생 3시간 40분 만에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노숙 생활을 해왔으나 작년 12월부터는 동자동의 한 여인숙에 거주 중이다. 그는 이날 새벽 지하도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 경찰에 “집이 너무 더워 밖에 나왔다”고 했다.
이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길이 20㎝가량 가위였다. 조씨는 피습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송 도중 심정지가 발생, 오전 6시 20분쯤 사망했다. 그는 서울 중구청과 용역 계약을 맺은 환경미화 업체 직원으로, 2년가량 현장에서 청소 일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노숙 생활을 했던 이씨와도 안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피해자에게 쌓인 불만이 폭발해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에 대한 음주·마약 검사를 시행했지만, 모두 음성이 나왔다”며 “구속 영장을 신청해 추가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5일간 서울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세 차례다. 지난달 29일에는 은평구 아파트 단지 앞에서 백모(37)씨가 1m 길이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43)씨를 살해했다.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에는 50대 남성 B씨가 자신이 살던 노원구 공릉동의 한 아파트로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을 불러들인 뒤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살인 사건을 포함해 최근 9일간 서울에서 흉기 난동이 7건 발생하자 시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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