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의 나라서 신궁처럼” 외국인 관광객 북적

강지은 기자 2024. 8. 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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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활약하자 양궁 클럽 인기
지난 1일 낮 12시 서울 구로구의 한 양궁 교습소에서 독일인 린다 데브레이(왼쪽부터), 큐옌 응우옌, 소피 란게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강지은 기자

“아인(eins·하나), 츠바이(zwei·둘), 드라이(drei·셋)! 시선은 과녁에, 왼팔은 곧게 뻗고 쏘세요!”

지난 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돔 인근 한 양궁 클럽 ‘주몽’. 독일인 3명이 양궁 강사 이경화(44)씨의 지시에 맞춰 활시위를 당겼다. 5점, 5점, 8점. “아!” “오!” 환희와 아쉬움의 탄성이 교차했다.

이날 양궁을 처음 배워봤다는 큐옌 응우옌(31)씨는 “팔에 힘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줄 몰랐다”며 “팔이 아파 죽겠다”고 했다. 소피 란게(36)씨는 “양궁을 잘하는 한국에서 배운다니 믿음이 갔다”며 “이번에 한국 여자 양궁이 10연패를 달성했다고 해 더 기대가 됐다”고 했다. 지난해 우연히 양궁 카페에 가봤던 린다 데브레이(34)씨는 “정말 재밌어서 올해는 친구들을 데리고 한국을 재방문했다”고 했다.

국궁(國弓)과 대비되는 서양 활쏘기인 양궁(洋弓)의 종주국은 영국이다. 1538년 헨리 8세가 처음으로 활쏘기 대회를 연 것이 스포츠로서 양궁의 시초다. 그런데 이 양궁을 한국에서 배우겠다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정식으로 양궁을 배운 어린 선수들이 방학을 틈타 “‘양궁 대국’ 한국에서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달려온다.

생활체육 위주인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의 양궁 클럽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코치·선수 위주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스포츠 전 종목에 걸쳐 지적되는 문제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엘리트 선수를 양성하는 전문적인 시스템을 맛볼 수 있다”며 “기초 교습에서 느껴지는 혹독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지난달엔 양궁 전공을 고민하던 한 캐나다 학생이 양궁 클럽 ‘주몽’에서 한 달 동안 집중 트레이닝을 받고 귀국했다. 이 학생의 부모는 “캐나다의 클럽 분위기는 전문적이지 않다”며 “활 잡는 법만 해도 한국에서는 손 모양, 힘 줘야 할 부분, 활이 팔에 닿아야 할 부분을 세세히 알려줘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달 28~29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양궁이 10연패, 남자 양궁이 3연패를 달성하자 서울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은 “도대체 한국 양궁은 어떻길래”라며 각지의 양궁 클럽으로 달려왔다. 서울 서대문구 양궁 카페 ‘로빈훗’은 지난 1일 외국인들로 붐볐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한 대학에 다니는 홍콩인 시안 추(21)씨는 “지난 29일부터 한국 여행 중인데, 한국 양궁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달려왔다”며 “한국 선수들의 집중하는 모습, 명중시키는 모습이 너무 신났다”고 했다. 네덜란드인 시레타 도멘(41)씨는 “올림픽 양궁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한국에 졌다고 해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대한양궁협회는 1959년 체육교사 고(故) 석봉근씨가 고물상에서 우연히 양궁을 발견, 일반에 보급하기 시작한 것을 한국 양궁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1963년 국궁 대회에서 양궁 경기가 시범 종목으로 도입됐다. 같은 해 국제양궁연맹(FITA)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대한양궁협회에 등록된 양궁 클럽은 서울 12곳, 전국 88곳이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한국 양궁 선수들의 성적이 좋아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다 보니 한국 양궁 교육 방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인 지도자들이 해외에 나가 외국 선수들을 가르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최헌혁 강원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한국 양궁의 위상에 대해 “선수들의 압도적인 경기력과 심리 상담사·지도자들의 뛰어난 코칭 능력, 품질 좋은 장비의 합작품”이라며 “한국 양궁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참여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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