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연습장 없어 나주까지 간 오예진…작년 만삭 몸으로 출전권 딴 금지현
한국 사격이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성적도 좋을 뿐더러 개성 있는 선수들이 속속 나타나고, 사격장 인프라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첫 총성은 개막 첫날인 7월 27일 울렸다.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공기소총 10m 혼성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었다. 금지현은 지난해 만삭의 몸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뒤 딸을 출산하고 총을 다시 잡은 뒤 각고의 노력으로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파리에서 메달을 따면 둘째를 갖기로 했다. 둘째를 낳은 뒤 다음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다. 후배들에게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대구광역시는 반효진의 쾌거에 힘입어 사격장 시설 확충에 나선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 사격장 시설을 보완해 세계대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설관리공단 사격팀 조현진 감독은 “대구사격장은 10m 결선 사격장만 있고, 25m와 50m 결선 사격장이 없다. 시설이 확충되면 각종 국제·국내 대회를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조 제주사격연맹 전무는 “제주도 전역에 축하 플래카드가 내걸려 축제 분위기다. 이참에 국제 규격의 사격장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사격연맹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IT 업체를 운영했던 이은철씨를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모셨다. 이 위원장은 결선에 강한 선수를 뽑는 선발 방식을 도입해 결선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김준혁 SBS 사격 해설위원은 “사격에도 MZ 세대가 등장했음을 이번 올림픽이 보여줬다. 사격 경기가 너무 길고 지루하다는 지적에 따라 격발 횟수를 줄이고 결선에서도 최하위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지구력보다는 순간 집중력이 중요해졌다는 뜻인데 이 틈을 젊은 선수들이 비집고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정영재·고봉준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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