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로 ‘팍스 아메리카나’…드림팀 멤버들 작년 수입 8300억원

송지훈 2024. 8. 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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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팀(Dream Team)’.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을 일컫는 수식어다. 세계 최강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최고 기량의 선수들만 엄선했으니 ‘드림’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이들은 올림픽에 참가 중인 206개국 1만500명의 올림피언을 통틀어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스타이자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귀하신 몸’이기도 하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미국식 프로스포츠의 첨단에 서 있는 스타 선수들이 ‘아마추어리즘의 제전’ 올림픽 무대를 누비는 상황에 대한 팬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식어만 가는 올림픽 열기에 다시 불을 지필 묘수”라는 주장도 있지만 “(경기력 차이로 인해) 농구 종목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거나 “올림픽 정신을 상업주의에 오염시키는 행위”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드림팀이 누리는 뜨거운 인기의 바탕에는 압도적인 경기력이 있다. 미국은 조별리그에서 세르비아(110-84)와 남수단(103-86)을 여유 있게 꺾으며 일찌감치 8강행을 확정지었다.

도무지 약점이 없어 보이는 그들이지만 각자 개성이 강한 데다 함께 모여 연습한 시간이 짧다 보니 조직력 관련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NBA와 올림픽 농구의 룰이 살짝 다르다 보니 턴오버(실책)도 많다. 드림팀은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딱 한 번 동메달에 그친 적이 있는데, 주축 선수들의 부진에 실책이 겹치며 스스로 무너진 결과였다. 2002년 세계선수권(6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자존심에 먹칠을 한 그들은 2008년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 코비 브라이언트를 중심으로 최정예 멤버를 구축한 뒤 합숙훈련까지 한 끝에 금메달을 되찾아왔다. 당시는 드림팀 대신 ‘리딤(redeem·회복)팀’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1891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농구는 태생부터 ‘실내 체육관용 스포츠’로 기획돼 날씨를 포함한 외부 환경에 얽매이지 않는다. 출전 선수가 5명으로 규모가 크지 않고 공-수 전환 속도도 빠르다. 1골 당 2~3점이 주어져 대량 득점이 가능한 건 마케팅 주목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1896년 출범한 근대올림픽도 당시 ‘신세대 스포츠’로 여겨지던 농구에 문을 활짝 열어줬다. 1904년 미국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대회에 시범종목으로 채택했고, 1936년 베를린 때 정식 종목군에 포함시켰다. 미국은 1936년부터 1968년까지 우승을 휩쓸었다.

하지만 아마추어 농구의 글로벌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미국의 지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학 선수들 중심으로 나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냉전 체제 라이벌 소련에 완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미국 농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최고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려 농구 종주국의 위용을 되찾자’는 분위기가 생겨났고, 미국의 주도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FIBA(국제농구연맹)를 움직여 프로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허용하도록 규정을 고쳤다. 올림픽 무대에서 가장 미국스런 스포츠(농구)로 ‘팍스 아메리카나’를 실현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 NBA 최고 스타들로 꾸려진 드림팀 1기가 출범했다.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등 당대 최고 선수들이 이끈 미국은 평균 43.8점 차 대승을 거두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이후 FIBA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한 드림팀을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휴식을 취해야 할 오프시즌에 올림픽에 나서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던 선수들도 미국 국민들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애국자’로 대해주자 태도를 바꿨다.

드림팀은 훈련에서부터 생활까지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 농구대표팀이 올림픽 기간 중 파리 시내 중심가 5성급 호텔을 통째로 임대했다. 숙박비를 포함해 대회 기간 체류 비용으로 1500만 달러(208억원)를 지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드림팀의 예산은 3년 전 도쿄 올림픽 당시 미국 역도 대표팀(30만 달러)의 50배에 이른다.

드림팀이 올림픽 개최 도시의 특급 호텔을 전세 내는 건 일종의 전통이 됐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심리적인 부담감을 낮추고, 별도의 식단 및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 받아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 2004년 아테네와 2016년 리우에서는 호텔 섭외가 여의치 않자 호화 유람선을 임대한 적도 있다. 포브스는 “미국농구협회는 드림팀 선수들의 숙소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기간 중 숙소 위치가 노출돼 팬들이 몰린 이후 보안과 경호에 각별히 신경 쓰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한화로 200억원이 넘는 비용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당사자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드림팀 멤버들의 지난해 수입 합계는 6억 달러(8300억원)가 넘는다. 미국 스포츠 매체 스포티코의 자료에 따르면 파리올림픽 출전 선수의 지난해 수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상위 10명 중 7명이 NBA 소속 농구선수였다. 그 중 5명이 미국팀 멤버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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