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최고야” 나에게 하는 2인칭 격려가 ‘중꺾마’의 비밀
강한 마음
노엘 브릭·스콧 더글러스 지음|송은혜 옮김|바다출판사|332쪽|1만7800원
경기 중 구토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승리한 배드민턴 선수 김원호, 입술과 손등에 벌이 앉았는데도 심박수 변화 없이 활시위를 당겨 10점 만점을 따낸 양궁 선수 김제덕, “어차피 이 세계 짱은 나다”라는 메모를 노트북 컴퓨터 화면에 붙여놓은 사격 금메달리스트 반효진….
올림픽 시즌이면 메달 개수 못지않게 선수들의 정신력이 화제가 된다. 그들은 어떻게 극한의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목표를 완주할 수 있는 걸까. 영국 스포츠 심리학 박사인 노엘 브릭과 스포츠 저널리스트 스콧 더글러스가 쓴 이 책은 이른바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비밀을 파헤친다.
◇물안경 깨뜨리며 연습한 마이클 펠프스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죽어라 버티지’ 않는다. 정교하게 설계된 마인드 컨트롤 전략에 따라 움직인다. 대표적인 전략이 독일 심리학 교수 페터 골비처가 개발한 ‘이프덴 플래닝(if-then planning)’. 어떤 상황에도 목표 달성이 방해받지 않도록 대처법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다.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떠올려보고 상황마다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대응할지 머릿속에 그려놓으면, 돌발 상황 발생 시 몸이 자동 반응하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프덴 플래닝’을 잘 활용한 예가 금메달 23개를 포함해 올림픽 메달을 28개 획득한 미국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다. 그는 평소 연습 시 물안경이 깨져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을 연출해 수영장을 한 번 가로지르는데 몇 번의 스트로크(팔을 돌리는 동작)가 필요한지 정확히 세어 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접영 200m 결승전에서 펠프스의 물안경에 물이 새기 시작했지만, 수영장을 한 번 가로지르는 데 스물한 번의 스트로크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펠프스는 스물한 번째 스트로크가 끝나자 침착하게 손을 내밀어 벽을 짚었다. 결과는 또 한 번의 금메달과 세계 신기록의 탄생이었다.
◇일기 쓰며 감정 관리한 세리나 윌리엄스
극심한 압박감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운동선수들을 보면 ‘감정 억제의 달인’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들은 “대부분 운동선수는 감정 억제가 좋은 감정 조절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감정 억제에는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기보다는 재평가 과정을 거쳐 더 건설적인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라”고 말한다. 경기를 앞두고 불안하다면 ‘우리 몸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바꿔 생각하라는 것이다.
‘일기 쓰기’는 감정 관리에 유용한 전략 중 하나다. 고통과 우울함을 경감하고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 증진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기 쓰는 과정을 통해 상황 이해도를 높이고 더 건설적으로 대처하려 노력할 때 이러한 효과는 더욱 증가한다. 스물세 차례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테니스 챔피언 세리나 윌리엄스는 “노트에 적는 것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딴 알파인 스키 선수 미케일라 시프린은 열세 살 때부터 일기를 써 왔다. 일기에 운동과 일상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모두 기록한다고 한다.
◇혼잣말은 2·3인칭으로
‘자기 대화(self-talk)’라고도 불리는 혼잣말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자신감을 북돋는 데 유용하다. ‘나는 할 수 있어. 예전에도 했는 걸’처럼 동기를 부여하는 말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반효진이 노트북에 붙여놓은 메모처럼 주의를 집중하도록 하는 ‘트리거 문구’를 되뇌는 것도 효율적이다. 웨일스의 뱅거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자기 대화법을 훈련받은 그룹은 훈련받기 전보다 탈진 시까지 걸리는 시간을 18% 늘렸다.
혼잣말을 할 때 1인칭과 2인칭, 자기 이름을 부르는 3인칭 중 어느 쪽이 더 효과가 있을까? 미국 미시간대학교 등의 연구에 따르면 1인칭보다는 2인칭이나 3인칭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 거리를 두고 상황을 재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관이 닥쳤을 때 상황은 통제할 수 없지만, 마음가짐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메시지다. 쉬우면서도 설득력 있는 책. 운동선수처럼 강인한 의지를 기르고픈 이들을 위한 길잡이로도 나무랄 데 없다. 원제 Strong Minds.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멜라니아 “트럼프 사귀니 ‘꽃뱀’이라고… 나도 잘나가는 모델이었다”
- “나 집주인인데, 문 좀 열어줘”... 원룸 20대女 속여 성폭행 시도
- 중국인이 몰래 항모·국정원 촬영했는데, 처벌할 법이 없다니...
- LIV 골프 내년 5월 ‘인천 대회’ 연다
- 간첩죄 대상 적국→외국 확대, 법사위 소위 통과
- [만물상] “남녀 공학 안 할래요”
- 트럼프 압박 시작됐다, 대만 국방비 110조 될 수도
- 트럼프, 주이스라엘 대사 허커비 지명... 네타냐후가 웃는다
- ‘골목 벽화’ 논란 창신동, 6400가구로 재개발 다시 추진
- 트럼프 “머스크의 개혁, 정부 관료주의 해체·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