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아파트 단지 옆 호텔 캘리포니아, 그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황지윤 기자 2024. 8. 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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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물속의 입

김인숙 단편선 | 문학동네 | 324쪽 | 1만7000원

미국 록 밴드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들으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사치와 향락 또는 마약 중독? 41년 차 소설가 김인숙이 불러온 ‘호텔 캘리포니아’ 그 이미지를 뒤흔든다. 그는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대산문학상·황순원문학상 등을 휩쓴 ‘소설 장인’(신형철 문학평론가).

‘웰컴 투 더 호텔 캘리포니아. 서치 어 러블리 플레이스….’ 오싹한 음악이 깃든 것 같은 소설이다. 노래는 고장 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불길하게 지직대다가 어느 순간 음산한 오르골 소리처럼 귀에 또렷이 박힌다. 영천의 폐아파트 단지 옆에 있던 호텔 캘리포니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과 제목이 같은 단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비밀스러운 섬 ‘하인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이야기다. 하인도 예술가 레지던시에 묵는 예술인들은 겁에 질려 혼비백산한다. 형사 출신 탐정 안찬기가 사건을 쫓는다. 이어지는 여덟 편의 연작 단편은 추리 소설처럼 읽히지만, 어느 순간 호러로 장르를 바뀐다. 흰 옷을 입은 여자들이 등 뒤까지 성큼 다가와 있다. 축축하고 긴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닿는다. 도망칠 수 있을까?

음습한 소설을 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소설가 강화길이 발문을 썼다. “나는 하인도 레지던시 한가운데로 쿵 하고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언젠가부터 나도 계속 그곳에 있었던 것 같았다…. 나도 다른 예술가들처럼 겁에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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